‘신화를 알면 역사가 보인다’는 전세계의 신화 중 100선을 꼽아 실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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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기본 컨셉은 전 세계의 신화를 한곳에 모아 간략하게 훑어볼 수 있게 하는 것이다. 그를 위해 전세계 동서양의 신화 중 유명한 것들 100개 모았다. 그래서 이 책만 봐도 여러 신화들에 대해 ‘아는 척’ 정도는 할 수 있을만큼 기본적인 것들은 알 수 있다.

또 다른 컨셉은 다양한 그림과 보물(유물) 등을 통해 신화를 시각적으로 접하게 하는 것이다. 실제로 이 덕에 당시 사람들이 생각했던 신화적 모습은 어떠했는지 그 편린을 구경할 수 있어 장면들을 그려보는데 꽤 도움이 된다. 각종 보물들은 그 자체로도 보는 맛이 있는데, 과연 이것들이 그렇게 오래 전에 만들어진 것인가 혀를 내두를만큼 조형미나 완성도가 높아 감탄을 하게 만든다.

마지막으로, 제목에도 있듯이, 신화를 ‘역사’와 연결지어 생각해보는 것이다. 신화가 역사시대를 거치면서 역사적 인물이나 사건을 강조하고 숭배하는데 이용되었다는 걸 생각하면 신화를 통해 역사를 살펴본다는 것도 꽤 의미가 있다. 신화가 역사를 담은 한 예가 현대에 가장 널리 퍼진 종교인 ‘기독교’다. 그를 주교로 하는 나라들은 다른 나라들을 침략하면서 침략국을 이단으로 규정하며 그들의 ‘신’을 ‘악마’로 변질시키는 짓도 서슴치 않았다. 팔레스타인 지역에서 가나안 민족이 믿던 신 ‘바알’을 더러운 파리들의 왕인 ‘바알제불’로 격하시킨게 대표적이다. 이후에 이 바알제불은 ‘사탄’과도 동격시 되기도 하는데, 이건 그만큼 오랫동안 유대인들이 팔레스타인 지역에서 전쟁을 이어나가며 혐오를 쌓았다는 것을 은연중에 보여주는 것이라고도 볼 수 있다.

그런데 아쉽게도 책은 이러한 컨셉들을 모두 제대로 소화하지 못했다.

신화를 간추려 모은 것은 잘 했다. 비록 간추린 것이라 많은 것들을 담지는 못했으나 전세계의 다양한 신화의 주요하다 할만한 창세신화나 주요 영웅들의 이야기는 꽤 잘 실은 편이다.

그러나, ‘그림으로 보는 보물전’이라는 부제를 붙일만큼 그림이나 보물 사진을 만족스럽게 싣진 않았다. 너무 저질 사진을 써서 뭉개지거나 도트가 드러나 보이는 것도 있는데다, 너무 현대의 그림을 가져온 것도 있는데, 결코 그게 최선은 아니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신화를 역사와 엮어 살펴보겠다는 것도 제대로 하지 못했다. 일부 그런 내용이 있기는 하나 대부분은 그저 신화를 싣는 것에서 그치기 때문이다. 제목까지 ‘역사가 보인다’라고 할 정도는 아니라는 말이다.

어떻게보면, 신화 자체만 다루더라도 이미 내용이 차고 넘쳐서 뭘 쳐내야 할지를 고민해야 하는데, 거기서 너무 더 욕심을 부린 게 아닌가 싶다. 차라리 그 시간에 더 질좋은 사진이나 찾았다면 더 만족스러웠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