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다 히로시(野田 宏)’ 원작, ‘마카마츠 타카히로(若松 卓宏)’ 만화의 ‘사랑은 세계정복 후에(恋は世界征服のあとで)’는 히어로와 비밀결사의 로맨스를 그린 코미디 만화다.

표지

전대물에서 히어로와 비밀결사의 간부는 서로 대립각을 이루도록 설정된 관계다. 애초부터 비밀결사의 간부란 정의의 아군인 히어로의 반대 개념으로 만들어진 것이란 말이다. 그러니 당연히 일종의 악연이 이 둘의 사이도 나쁠 수밖에는 없다.

이 만화는 그걸 살짝 비틈으로써 웃을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만들어낸다. 다른 사람들은 진지하게 한참 치고받는 중에 오랫만에 만난 회포나 풀고있는 모양새가 그 자체로 꽤나 코믹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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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이런 구도 자체가 신선한 것은 아니다. 특히 로맨스에서는 더 그렇다. 사랑을 이루기 위한 장애물로 각자가 속한 집단끼리의 갈등만큼 쉬운 것도 없기 때문이다. 왜 ‘로미오와 줄리엣’도 서로 앙숙인 두 집단의 일원들이 몰래 사랑에 빠지는 이야기 아니던가. 이 만화는 그런 고전적인 구도에 전대물이라는 테마를 입힌것이라 할 수 있기에 기본적으로는 꽤나 익숙하게 느껴지는 편이다.

그렇다고 식상하지만은 않은데, 은근히 곳곳에 전대물 요소도 잘 살려서 보는 맛이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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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들의 캐릭터가 극단적인 것도 그런 것 중 하나다. 워낙 일상에 많은 제약을 받는 특수한 직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이니 일반 상식에서 좀 어긋난 모습을 보이는 것도 어느정도 감안하게 된다.

만화는 이를 이용해 얼핏 황당한 것을 그럴듯하게 밀어붙이기도 하면서 일종의 착각물같은 전개를 보이기도 하는데, 이런 것들도 나름 선을 잘 지켜서 진지하게 황당하기보다는 가볍게 웃기다.

그밖에도 때때로 지극히 현실적인 면모를 보이면서 깨는 맛을 보여준다던가, 히어로와 비밀결사의 설정에 의외적인 면을 넣은 것도 있는 등 이야기가 단지 상황과 캐릭터에만 의존해 단순하게 흘러가지 않는 것도 좋았다. 이런 것들은 만화 속 세계관에대해 더 상상해보게 만들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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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한 설정과 상황을 기본으로 하고, 연출도 대놓고 촌스러운 것을 사용하기도 했는데 이런 B급 냄새가 느껴지는 것들도 썩 나쁘지 않다.

싸우는 척 몰래 꽁냥질을 한다는 상황만 너무 지루하게 반복하지 않는다면, 그러면서 세계관 등의 이야기도 잘 버무려 내기만 한다면, 계속 볼만하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