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쿠니 가오리(江國 香織)’의 ‘별사탕 내리는 밤(金米糖の降るところ)’는 불륜을 소재로 한 로맨스 소설이다.

표지

불륜을 소재로 하고있는 만큼 꽤나 자극적인 내용들이 많다. 두 자매와 그 주변 인물들을 다루는 만큼 등장인물도 여럿 나오고, 그들이 모두 각자 하나씩의 사랑을 표현하고 있다고 할만큼 다양한 형태의 잘못된 만남들을 그리고 있기 때문에 그것만으로도 꽤 볼만은 하다. 다만, 그게 개인에 따라 불편함을 일으킬만 하기도 하다.

가장 큰 줄기는 ‘사와코(카리나)’와 ‘미카엘라(도와코)’, 두 자매의 이야기다. 이들의 이야기는 10대 초반, 아직 한참 어렸을 때까지 거슬러 올라가는데, 누구를 만나든 서로의 남자를 공유하고 평가했던 이야기는 다소 충격적이기도 하다. 그건 그들의 어렸을 적 경험이 많은 영향을 끼쳐서 그렇게 된 것이기도 한데, 그렇다고 그게 꼭 그런 식의 행동으로 나타나야만 했느냐에는 솔직히 좀 의문이 남았다. 이성적으로 이해 할 수 없고, 감정적으로도 공감할만한 측면이 적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건 자매들 역시 마찬가지가 아니었나 싶다. 그러니 어느 시점에서 그를 그만 둔 것이고, 당시를 썩 유쾌하지 않은 기억으로 회상하는 것 아니겠는가.

그래서일까. 등장인물들은 자신만의 입장에 서서 스스로를 합리화 하려고 하기는 하지만 그것도 결국엔 넘어서지 못하는 어떤 한계점이랄까, 벽 같은 것에 부딪히는 것 같았다. 그래서 끝까지 긍정적으로만은 얘기하지는 못하는 모습도 보인다. 그게 이들의 끝이 좋지만은 않을 거라는 걸 예상케 한다. 본문에서도 그를 짐작케하는 얘기들을 꺼내기도 하고. 어쩌면 그렇기 때문에 — 그들 역시 그러한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 반대로 더 그에 집착하고 매달리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이들의 사랑은 모두 좀 기형적이다 누군가를 배신하거나 상처입히며, 이기적이고 이해하기 어렵기도 하다. 그래서 흔히 할 수 있는 이야기는 ‘한 때의 흔들림’이라는 거다. 특히 1인칭으로 서술되는 ‘아젤렌’의 이야기는 더 그렇다. 하지만 그렇다고 그것이 사랑이 아니라고 딱 잘라 말할 수 있는지는 모르겠다. 참, 논란을 일으킬만한 묘한 이야기를 했다 싶다.

이야기 자체는 꽤 흥미롭게 잘 썼다. 일본과 아르헨티나를 오가고, 때때로 과거를 훑어보면서, 대체 무슨 약속을 한건지, 이들의 꼬인 관계는 어떤 결말을 맞게될지 계속 궁금하게 한다. 중간 중간 설명을 위한 문장이 끼어있는 게 흐름을 끊어 썩 읽기 좋지는 않지만, 전체적으로 문장도 괜찮은 편이다.

그러나 모든 이야기가 짜임새 있는 것은 아니라 일부 소모되고 버려지는 듯한 이야기도 있었다. 이건 또한 약간의 혼란을 가져오기도 했는데, 묘하게 의미심장한 표현이나 상징들이 나오기는 하지만 어떤것도 명확하게 그리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제목도 다소 뜬금없는 이야기에서 유례가 되었는데, 그런 자매가 서로에게 영향을 끼치면서 지금과 같은 모습이 된 것을 생각하면 조금 씁쓸함을 남기기도 한다.

작가는 이들의 이야기를 한번 펼쳐서 보여줄 뿐 마침표를 찍지는 않았는데, 그게 오히려 묘한 희망적인 여운을 남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