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바야시 에리코(小林 エリコ)’의 ‘이 지옥을 살아가는 거야(この地獄を生きるのだ)’는 정신장애인의 수기를 담은 독특한 책이다.

표지

어려서부터 정신적으로 불안했던 저자가 사회에서 소위 ‘블랙 기업’1에 들어가 고생하며 보람도 찾지못하고 치이다가 결국 삶에 대한 희망마저 버리게 된 이야기는 단지 그가 정신장애인이라서 그런게 아니라는 생각이 들만큼 공감이 많이 간다. 솔직히 나도 그런 상황이라면 어떻게 했을지 자신이 없달까. 그래서 저자의 이야기가 한 정신장애인의 사연을 다룬 특별한 이야기가 아니라 각박한 현대를 살아가는 보통 사람들의 어쩌면 흔한 이야기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자살미수 후 병원에 다니면서 끊임없이 기댈 곳을 찾고, 기초생활보장을 이용하면서 주변의 못마땅한 시선을 받는 이야기라거나, 그러나 실상은 어떻게 살아가는지, 그리고 그러한 점들이 기껏 생존한 사람들을 어떻게 더욱 부추기는지도 잘 담았다.

공무원으로서 해야할 의무를 저버린채 방관하는 자들이나, 더 나아가 그런 사람들을 이용해 먹으려고 하는 이기적인 사람들의 이야기를 보면 일본 인간과 사회는 참 한국과 많이 달았다는 생각도 든다. 가까운 나라이기 때문일까. 아니 어쩌면 오랜 일제강점기가 있었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그 잔재를 끝내 뿌리뽑지 못하고 권력자와 자본자를 그대로 남겨버린 잘못된 역사가 이런 유사함을 만들어낸 것일지도 모르겠단 얘기다.

각설하고. 그런 좋을 것 없어 보이는 환경에서도 주변과 자기자신 그리고 죽음과 싸우면서 그래도 결국엔 생존해낸 한 인간의 이야기는 느끼게 하는 바가 많다. 그들에 대한 잘못된 선입견을 다시 생각하게도 하고, 그런 그들도 다시 시작할 수 있다는 희망을 주기도 하며, 또한 그렇게 할 수 있도록 이 사회는 무엇을 할 수 있는지 묻기도 한다. 어쩌면 그게 우리에게 남겨진 숙제가 아닐까. 한편으론 어쩌면 더 잔혹한 한국사회에서라면 이 이야기의 끝이 어떨게 달리 쓰여졌을지도 궁금하기도 하다.

책 뒷부분에는 저저가 직장생활을 그린 만화도 수록했는데, 본문 만큼이나 깔끔하게 정리해서 내용이 잘 읽힌다. 다만 만화에서는 암울한 생활이 덜 두드러져서 자살시도가 좀 극단적인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본문의 부족했던 부분을 채워주기에 나쁘지는 않았으나, 표현에 따라 이렇게 느낌이 달라질 수 있다니 조금 의외였다.

무거운 주제와 내용이 가득 담겨있지만, 생각보다 가볍게 읽기 시작해도 괜찮은 책이다. 자기만의 독립된 생활과 환경을 가진 사람이라면 별 필요 없겠으나, 사회속에서 살아가는 현대인이라면 한번쯤 읽어보면 좋을 듯하다.

  1. 간단하게 말하자면, 악덕 기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