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나 치렌(木爾 チレン)’의 ‘4.7인치의 세계에서 사랑을 했다(これは花子による花子の為の花物語)’는 스마트폰을 소재로 한 특별한 로맨스를 그린 소설이다.

표지

스마트폰 게임과 게임 속 한 요소인 친구, 그리고 친구끼리의 채팅을 소재로 한 이 소설은 새로운 요소들이 여럿 있는 것과 달리 꽤나 익숙하다. 비록 그 소재가 현대적인 것으로 바뀌기는 했지만, 일종의 익명으로 오로지 채팅이라는 불확실한 수단으로만 연결되어있다는 점이 이전의 인터넷 채팅이나 더 나아가서는 PC통신의 그것과도 크게 다를바 없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이들이 어찌보면 겨우 채팅이라라는 것을 통해 감정을 쌓는다는 것도 크게 어색해 보이지 않는다.

익숙한 구도와 장치를 사용하는 한편 작가는 스마트폰 게임이라는 요소도 잘 활용했다. 설치 후 처음 실행할 때 자동으로 계정이 생성되고 삭제하면 날아가 버리기 때문에 휘발적이라는 것은 이전의 계정 기반의 채팅에서는 볼 수 없던 새로운 요소다.

집안에 틀어박힌 소녀와 아르바이트족 소년이라는 겉모습은 얼핏 두 사람이 크게 갈려있어 보이게 한다. 하지만, 사실 두 사람은 서로가 긴밀하게 통할만한 공통점이 있다. 쉽게 말해 외로움이라고 할만한 그 감정은 두 사람이 서로 만나게 되는 계기에서부터 끌리게 되는 것까지 많은 것을 설명해준다.

소설은 각자의 시점을 번갈아가면서 각각의 사연을 통해 그것이 얼마나 현실적인지를 그려내는데 그것을 잘 했기 때문에 이들의 감정에도 꽤 공감이 가는 편이다. 일본 소설이라 그런지 사연 등에 비해 굉장히 절제한 듯한 묘사를 하긴 했다만 그럼에도 감정을 충분히 잘 전달된다. 오히려 신파스럽지 않은 게 개인적으로는 더 좋았다.

약간의 미스터리 요소를 넣어 이야기가 어떻게 전개될지 흥미를 돟운 것도 좋았다. 그렇다고해서 일부러 꼬거나 하진 않았기에 쉽게 예측이 되기는 한다만, 몇가지 예상가능한 전개 중에서 ‘오 제발 그것만은’ 싶은 것으로 혐오스런 억지 화해무드를 만들기보다는 약간은 판타지스러운 전개를 하면서도 현재의 자신들을 인정하는 선에서의 이야기를 그린 것이 마음에 들었다. 그건 이 이야기를 좀 판타지스러우면서도 또한 현실적으로 만들어주기도 한다. 소설에 쓰인 장치와 이야기를 통해 넌지시 전해주는 메시지 역시 마찬가지다.

조금 슬프기도 하지만 희망적인 엔딩도 그때까지의 이야기와도 잘 맞고 깔끔했다.

이 리뷰는 이북카페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고 작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