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문화 박물지’는 이제는 한국인도 잘 모르는 우리 것에 대한 얘기들을 실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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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에 나왔던 초판본의 개정판이다. 첫 출간일만을 기준으로 본다면, 무려 15년이나 된 책인 셈이다. 그런데도 책은 상당히 볼만하고 꽤나 의미있다.

아니, 어쩌면 시간이 지났기 때문에 더 그런지도 모르겠다. 왜냐하면 우리는 그 시간동안 정작 우리것이라고 하는 것들을 점차 잊어내고 있었기 때문이다.

한국은 참 특이한 위치에 있는 나라다. 지정학적인 면에서부터 그렇다. 주변에 강대국은 많지만, 그렇다고 딱히 도망갈 곳은 없다보니 어쩔 수 없이 빠르게 적응하는 것으로 생존을 도모한 것일지도 모르겠다. 나중에는 사대주의로 변질되기도 했지만, 강대국과도 교섭을 통해 실리를 챙기며 살아남았던 것도 그런 면모가 아닌가 싶다. 새로운 것을 빠르게 받아들이며, 현명하고 현실적인 것이다.

그래서인지 변화도 빠르다. 현대에 들어와 한국인들이 얼마나 빠르게 현대화(정확하게는 서구화) 되었는지를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문제는 새 것을 빠르게 받아들이는 것 만큼 옛 것도 빠르게 잃어버린다는 거다. 한국인은 자기들이 원래 가지고 있던 자기들의 것은 물론, 정체성이라 할만한 것에도 별 다른 애착이 없다. 국가정체성 부분에서도 ‘나는 한국인이 아닌 XX인’이라며 출신을 부정하거나, ‘국가가 나에게 해준 게 뭐가 있다고’라는 식의 말을 내뱉는 것도 그런 일환이다.

그래도 내게는 아직 어렸을 때 보고 경험해봤던 옛 것들이 저 깊이에 남아있으며, 그렇기에 여전히 그것들에 일종의 향수와 매력을 느낀다. 그래서 이제는 보기 힘든 소위 ‘우리 것’이라 할 수 있는 것들을 이렇게 책으로나마 접하고 살펴볼 수 있는 것은 꽤 좋았다.

책은 단지 도감처럼 각각의 사진과 설명만을 실은 게 아니라, 작가의 생각 등도 담겨 일종의 에세이로도 읽히는데, 거기에 담긴 여러 이야기들이나 저자의 생각도 꽤 흥미롭다.

이 리뷰는 북카페 책과 콩나무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고 작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