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누구니’는 이어령의 한국인 이야기 두번째 책이다.

표지

이 책을 펼치는 사람에게는 어느 정도 의심하는 마음도 있었을 것이다. 젓가락으로 과연 얼마나 이야기를 할 수 있을 것인가 하고 말이다. 젓가락이란 게 그만큼 우리의 일상에 그저 녹아있는 흔한 것이고, 그렇기에 별 특별할 것 없다는 생각을 자연스럽게 품게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더욱 그런 흔한 소재에서 시작해 문화와 역사로 연결하고 그를 통해 한국인에 대한 이야기로 그러모으는 저자의 풍부한 지식과 글솜씨에 새삼 놀라게 된다.

더 좋았던 것은 이런 얼핏 교양수업같은 내용들이 전연 지루하지가 않다는 거다. 단순히 관련된 사실 늘어놓기의 연속이 아니라 흥미를 끌만한 화두를 던지고 퍼즐 조각을 맞추듯 이야기들을 잇는 것을 잘 해서다.

그렇다보니, 저자의 이야기를 듣고있자면, 마치 그의 말이 하나의 가능성이나 가설이 아니라 명백한 사실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이처럼 전달하고자 하는 것을 분명히 이해하고 또한 동감할 수 있게 쓴 솜씨도 훌륭하다.

소재와 주제가 그렇다보니 얘기 중에는 다소 국뽕스럽다 할만한 것들도 있는데, 그것들도 비난 혹은 자조스러운 의미의 국뽕이 아니라 일종의 자부심이 느껴지도록 적절한 수위를 지킨 것도 좋다. 이것은 사실에 기반한 내용들과 더불어 저자의 이야기가 더 그럴듯하게 느껴지게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인간은 참으로 가진 것을 소홀히하는 존재다. 좋다 하고 결정하면 쉽게 받아들이고 바꾸는 한국인은 더 그렇다. 그래서 점차 잊혀져가는, 오랜기간 쌓여왔기에 나도 모르게 가지고 있던 한국적인 문화와 정취같은 것들을 다시금 살펴보고 이해를 더할 수 있어 좋다.

이 리뷰는 리뷰어스 클럽을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고 작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