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외면한 동포, 재일조선인’은 일본인도 조선인도 될 수 없었던 재일조선인의 삶과 역사를 담은 책이다.

표지

흔히 재일 동포라고 부르는 이들에게는 구구한 사연이 많다. 일제 강점기에 억지로 일본인이 된 것도 모자라 일본으로 강제 이주를 하게 되었을 뿐 아니라, 전쟁 후에는 일본인이 아니라며 국가적으로 사회적으로 차별을 받았기 때문이다.

그뿐이랴. 막상 조국인 줄 알았던 곳으로 부터도 대접이 시원찮다. 특히 남한이 그렇다. 그들을 도와주거나 귀국을 추진하는 것은 고사하고, 귀국한 이들을 반기지도 않는다. 오히려 반쪽발이라느니 하며 차별하기 일쑤다. 대체 왜 그렇게 된 것일까.

저자는 그에 대해서 어떤 한 결론을 성급하게 내리지는 않는다. 그저 일제 강점기로부터 이어진 역사를 통해 동포들이 어떻게 흩어졌으며, 왜 또 어떻게 일본으로 건너가고 그곳에 남게 되었는지를 조심스럽게 유추할 뿐이다. 그러면서 그들이 겪어야만했던 어려움을 역사적 사실들의 나열을 통해 조용히 전달한다.

말하자면 이 책은 재일조선인이라는 이들의 입장에서 다시 돌아본 한국 근현대사인 셈이다. 저자는 그것들을 몇가지 주제로 나누어 다루었는데, 각각에는 서로 겹치는 부분이 있다보니 중복되는 내용도 더러 등장을 하긴 하지만 전체적으로 정리를 잘 했다는 인상을 받는다. 재일 동포가 있다는 건 알아도 그들의 이야기는 모르는 사람이 많은데, 일부나마 알 수 있도록 도와준다.

역사를 조사하고 정리한 것을 담은 것도 좋지만, 그것에만 그치지 않고 저자 자신의 생각을 담은 것도 좋았는데, 그 중에서도 경계인이라는 주제로 다룬 3장은 여러가지 생각거리를 많이 던져주었다. 특히 화교 이야기를 다루며 한국 사회는 다른가 물어보는 것은 뼈아프게 다가왔다.

단순히 역사를 되짚어 보는 것 뿐 아니라, 국가와 민족에 대해서도 다시 생각해보게하는 묵직하고 의미있는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