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시무라 교타로(西村 京太郎)’의 ‘살인의 쌍곡선(殺しの双曲線)’은 쌍둥이를 이용한 기발한 사회적 트릭을 선보이는 본격 추리 소설이다.

표지

‘애거서 크리스티(Agatha Christie)’의 추리소설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Ten Little Niggers)’는 정말 걸작이다. 연락이 끊긴 섬이라는 고립된 공간, 개성 강한 캐릭터, 살인예고 또는 알림장치를 이용한 긴장감 조성, 슬그머니 조여오는 심리적 압박, 그리고 마지막의 반전까지 절로 감탄이 나오게 만든다.

냉정하게 뜯어보면 사실 그렇게 기발한 트릭도 아니고, 그래서 실제로는 그처럼 자연스럽게 사건이 연결될 수 있을 것 같아 보이지는 않지만, 등장인물들이 어째서 그렇게 행동하고 또 그러한 결말에 이르르는지를 정말로 잘 풀어냈기 때문에 사소한 것들은 별 상관없다는 생각을 하게 만든다.

이렇게 완성도가 높다보니, 그 후 고립지 살인 사건을 다루는 많은 이야기들이 이를 따라하거나 모방하기도 했는데, 이 소설도 그런 이야기 중 하나라 할 수 있다. 저자는 본문에서도 대놓고 언급할 정도로 원작의 느낌을 잘 가져왔는데, 거기에 자기만의 색깔도 상당히 잘 끼워넣었기 때문에 별로 질낮은 아류같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소설은 크게 두 파트로 나뉘어 있다. 하나는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에서 가져온 고립된 호텔에서의 살인사건을, 다른 하나는 도시에서 벌어지는 대담무쌍하고 절묘한 범죄사건을 다룬다. 이 둘은 후반에 이를 때까지 아무런 접점이 없다. 그래서 대체 어떻게 서로 다른 두 이야기를 연결해 하나로 엮어낼 것인지 궁금하게 만든다. 두개의 이야기가 각자 개별적인 이야기로도 상당한 완성도가 있어 더 그렇다.

물론, 막상 보면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와 비교하게 하는 고립된 호텔에서의 사건은 처음 생각했던 것보다 그렇게까지 흥미롭지는 않다. 어느정도 예상이 되는데다, 지금에와서는 이루어지기 힘든 형태의 고립상황이라 그리 이입이 되지 않고, 무엇보다 이야기 자체가 보조적인 성격이 강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런지 일부는 설명없이 대충 넘어가는 것이 보이기도 한다.

그래도 각 인물들이 왜 그렇게 행동하는지를 나름대로 이해할만하게 그렸으며, 여기서 나오는 요소들이 후에 쌍둥이 사건의 부족함을 채워주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의미도 있다. 이야기 자체도 볼만하다.

그렇게 볼만한 두 이야기를 마치 별개인 것처럼 이어가다가, 작은 접점을 드러내며 하나의 큰 이야기로 그러모으는 것도 잘했다. 특히 쌍둥이 트릭은 절로 감탄이 나왔다. 이건 어느 정도는 시대에 따르는 점이 있어서 50여년이나 지난 지금에서도 과연 통하는 트릭일지 궁금하기도 했다.

쌍둥이 트릭도 그렇지만 소설에는 그 밖에도 사회적인 면이 많이 담겨있는데, 그게 이 소설을 어느 정도는 사회파처럼 보이게도 한다. 하지만 기본적으로는 본격 추리의 기본을 잘 갖추고있기 때문에 보다 순수한(논리적인) 추리문학으로서의 재미 역시 느낄 수 있다.

엔딩도 좋아서 이보다 더 나은 마무리가 과연 있을까 싶기도 했는데, 단지 본격 추리가 아니라 사회적인 성격도 있기 때문에 더 진한 여운을 남기는 엔딩이 되지 않았나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