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우메 케이(冬目 景)’의 ‘흑철+(黒鉄・改 KUROGANE-KAI)’는 떠돌이 무사의 이야기를 그린 판타지 시대극이다.

표지

토우메 케이는 좀 특이한 작가라고 할 수 있다. 한 작품을 집중해서 그려 완결하고 다음 작품으로 넘어가는 대개의 작가들과 달리 여러개를 한번에 건드리는 경우도 많고, 그러다보니 제대로 완결을 내지 않기도 하기 때문이다. 독자 입장으로썬 참 거시기한 작가인 셈인데, 그런데도 괜찮은 작가로 뇌리에 남아있으니 특이하다는 거다.

작가는 그저 잠깐 쉬는게 아니라 그대로 연재중단을 해버리기도 하고, 그러다가 한참만에 다시 연재를 재개해 말 그대로 “비로소” 완결을 내기도 한다. 흑철도 그런 예 중 하나로, 전작인 흑철이 ‘1부 완결’이라는 식으로 중단된 후 무려 15년만에 ‘흑철 改’로 연재를 재개했던 만화다.

이번에 출간한 흑철+는 그렇게 나온 2부 ‘흑철 改’를 정식 발간한 것으로, 새롭게 연재하는 신작인 것은 아니다. 2016년에 연재재개가 결정되어, 2017년에서부터 2020년까지 연재해 이미 완결되었다. 그러니 잘 하면 1권부터 완결인 5권까지 빠르게 나올 수도 있지 않을까 싶다.

한국어판의 제목은 원제와 다소 이질적인데 이는 한국에선 ‘改’같은 표기를 쓰지 않기 때문인 듯하다. 연재처가 바뀌거나 이 만화처럼 재연재로 제목이 바뀌게 된 경우 정식발매판에서는 그냥 전작의 제목과 넘버링을 이어받기도 하는데1, 명백히 이어지는 작품인데도 그렇게 안한 것은 오랫만에 발매하는 것이기도 하고 새로운 시리즈라는 것도 보다 분명히 하려고 그런게 아닌가 싶다.

일종의 시대물이면서도 처음부터 고증따위 신경쓰지 않은 작품답게 과거에 미래가 섞여있는 스팀펑크한 분위기를 풍기는데, 거기에 말하는 칼 같은 판타지까지 섞여있어서 분위기가 꽤 독특하다. 이렇게 여러개를 섞을 경우 자칫하면 어색하게 특정 요소만 붕 뜨게 되는 경우도 있는데 시대극을 기본으로 어색하지 않게 잘 섞어내서 생각보다 통일감을 잘 이룬다.

장점은 역시 작가가 작가다보니 분위기와 드라마 전달력이 좋다는 거다. 캐릭터를 등장시키는 것부터 그들을 이용해 이야기를 심화하는 것은 물론 연출이나 묘사도 대체로 좋아서 다분히 전형적이라 할만한 이야기인데도 불구하고 흥미롭게 보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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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그런 쪽에 강점이 있는 작가답게(?) 액션신은 꽤 부족함이 엿보인다. 역동적이거나 화려하지 않아서 보는 맛이 크지 않다. 토우메 케이의 작화는 ‘사무라 히로아키’와 닮은 꼴이라고도 하는데, 사무라 히로아키가 액션에 강한 모습을 보이는 것과는 반대되는 면을 보이는 것이 좀 재미있다.

액션신은 단순히 아쉬운 걸 넘어 몇몇 부분에서 어색하기까지 한데, 다분히 그런 소재를 사용한 것과는 달리 애초에 액션에 별로 큰 중점을 둔 만화는 아니므로 처음부터 좀 감안하고 봐야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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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러가 모두 날아갔다는 것도 아쉽다. 처음부터 흑백으로 그린거면 모르겠는데, 컬러였던 걸 흑백으로 바꾸면 그것만으로도 많이 열화되는 거라. 만화에 애정을 갖고 컬러도 좀 신경써서 살려줬으면 좋았으련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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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철+는 흑철의 후속작인만큼 기본적으로는 전작에서 이어지는 이야기이고, 그래서 전작을 보지 않은 사람이라면 기왕에 만들어진 등장인물간의 관계를 몰라 이야기가 매끄럽지 않아 보일 수도 있다. 이게 아쉬운 이유는 흑철이 모두 품절 상태이기 때문이다.

그나마 다행인것은 흑철+는 흑철에서 이어진게 아닌 새로운 이야기인데다, 에피소드 구성이라 이전 이야기를 꼭 알아야 할 필요는 없다는 거다. 그래서, 비록 조금 걸리는 부분은 있을지언정, 흑철을 보지 않은 사람도 흑철+를 보는데는 큰 무리는 없다.

그래도 기왕이면, 후속작도 나왔는데, 전작도 다시 내주면 좋지 않을까. 최소한 전자책으로라도.

  1. 이 경우, 나중에 시리즈가 계속 이어지다보면 제목과 넘버링이 미묘하게 꼬이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