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쿠하타 유스케(角幡 唯介)’의 ‘극야행(極夜行)’은 오랜 준비끝에 극야를 지새고 온 경험을 담은 논픽션물이다.

표지

‘극야(極夜)’란 고위도나 극점 지역에서 오랫동안 해가 뜨지 않고 밤만 계속되는 것을 말하는 것이다. 연관 용어로 ‘백야(白夜)’라는 것도 있는데 이는 반대로 밤이되도 어두워지지 않는 것을 말한다.

둘 다 인간에게 썩 이로울 것이 없지만, 둘 중 하나를 고른다면 역시 극야가 훨씬 더 힘들 것 같다. 그만큼 빛이란 인간에게 필수 불가결한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 극야를 나겠다니, 쉽게 할 수 있는 생각은 아니다. 무려 몇개월이나 지속되기 때문이다. 게다가 그곳은 극지방이 아닌가. 추위는 물론 인간 세상에서 벗어나므로 식량 등의 문제도 해결해야하고, 그곳에 사는 사나운 짐승들로부터 몸을 지킬 수도 있어야만 한다. 웬만한 모험심이 아니고서야 쉽게 결정하기 힘든 일이다.

그렇기에 수년동안 그를 준비한 것도 이해가 간다. 얼핏보면 먹을 것이나 지내면서 필요한 물품들을 모두 준비해놓고 가기에 그래도 비교적 순탄한 여행이 되지 않을까 싶지만, 저자의 기록이 전혀 그렇지 않음을 여실히 보여준다. 오히려 더 확실히 준비하지 않은게 아쉬울 정도다.

그러면서도 꿋꿋이 여행을 해 나가고, 어려운 상황속에서 결국 그를 이겨내고 여행을 마무리하는 모습을 보면서 소위말하는 인간 승리같은 면도 느끼게 한다.

그렇다고 그걸 과장해서 이야기하지는 않는다. 논픽션물이라서 그런지, 기본적으로는 겪었던 경험위주로 서술했는데, 오히려 그런점이 담백해서 더 보기 좋았던 것 같다. 이는 또한 여행을 풀어낸 문장력이 좋아서이기도 하다. 그래서 비록 실제로 그곳의 경험이 어떠한지 도저히 상상할 수 없기는 하지만 저자의 이야기를 통해 조금이나마 그를 맛볼수는 있었다. 어떻게 보면 단지 모험심에서 떠난 것이라고 볼 수 있는 여행을 인간이나 가족, 아이의 탄생 연결지어 생각하는 것도 나름 나쁘지 않았다.

이 책은 소설도 아니고 철학서도 아니다. 그래서 이 이야기 자체가 어떤 진한 교훈 같은 것을 주거나 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만의 경험과 그를 통해 느낀 바들을 보면서 나의 ‘여행’은 무엇인가를 생각해 보게도 된다.

이 리뷰는 리뷰어스 클럽을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고 작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