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쥘리앵 상드렐(Julien Sandrel)’의 ‘405호실의 기적(La chambre des merveilles)’은 코마에 빠진 아들을 위해 고군분투하는 엄마의 도전을 그린 소설이다.

표지

이야기는 12살 소년 루이에게 어느날 뜻하지 않은 사고가 생기면서 시작한다. 싱글맘으로 늘 바쁘게 일에 매달리던 그의 엄마 델마는, 자신과 함께 길을 가던 중이었는데도, 아들이야말로 무엇보다 가장 소중한 것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를 소중히하지 못했다는 것에 크게 후회한다.

그렇게 비관에 빠져있다가, 우연히 아들의 침대 매트리스 아래서 비밀스런 노트를 발견하게 되고, 아들을 위해 그것들을 이루어내기로 결심한다.

그 이후에는 아들의 소소한 소망들이나 때론 황당한 망상들을 엄마가 주변 사람들의 도움을 받으며 해쳐나가는 일들로 채워져있다.

이건 사실 냉정하게 보면 아들을 잃게 될 상실감에 빠져있는 엄마가 그것에서 벗어나기 위해 일종의 자기 위로적인 행동을 하는 것이라고도 볼 수 있다. 그러한 행동이 코마 상태에서 벗어나는 것에 도움이 된다고 보긴 어렵기 때문이다.

하지만, 소설에서는 이 다소 황당한 일들도 대단히 의미있는 것으로 비춰지는데, 그건 작가가 이를위해 약간의 장치를 걸어두었기 때문이다. 덕분에 엄마의 고군분투를 보면서 절실함이나 아들에 대한 사랑도 느낄 수 있고, 그것이 실제로도 아들의 상태 개선에도 도움이 되고 있다는 희망도 느낄 수 있다.

시간이 지나면서 조금씩 달라져가는 엄마의 행동과 생각이 던져주는 메시지도 좋다. ‘가족주의’를 담은 흔한 이야기라고 할 수도 있겠다만, 그렇게 강조하고 자주 얘기되며 익히 알고 있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가족의 소중함을 제대로 표현하거나 행동으로 보이지 못하는 사람이 많은 현실을 생각하면 그렇게 치부할 것만도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그걸 등장인물들의 변화를 통해 잘 공감할 수 있게 그린 것도 좋다.

시선을 조금 바꾸면, 소설은 현실에 치여살던 델마가 자신과 가족을 찾아가는 성장 소설로도 읽히는데 이것도 묘하게 채 제대로 자라지 못한 현대인들의 각박한 삶과 진정한 삶이란 무엇인지를 생각해보게도 했다.

소설 일부에 불필요하게 페미니즘적인 내용들을 집어넣은 것은 안좋았는데, 딱히 소설 주제와도 연관이 없을 뿐더러, 앞뒤 문맥과도 상관없이 뜬금없이 등장해서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었다. 제대로 이야기를 해도 공감이 갈까말까한 것을 그냥 그런식으로 툭 던져놓다니. 쓸데없는 욕심이 아니었나 싶다.

이 리뷰는 리뷰어스 클럽을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고 작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