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미안 몬테스(Damián Montes)’가 쓰고 ‘오나 카우사(Ona Caussa)’가 그린 ‘휴대폰에서 나를 구해줘(La niña que se convirtió en móvil)’는 어느날 휴대폰에 갖힌 소녀 무켈레의 모험을 그린 소설이다.

표지

스페인 작가가 쓴 이 소설은 아프리카 타자니아를 그 배경으로 한다. 그곳에 사는 열두 살 소녀 무켈레는 우연히 마을의 주술사 아뮐루의 미움을 사 휴대폰 안에 갇혀버리게 된다. 그래서 어떻게든 자신이 그 안에 있단걸 알리고 빠져나오는 방법을 찾으려 하지만 잘 되지 않는다. 그리고 외지인에게 팔려 뉴욕까지 가게 되면서 다시 돌아오기 위한 무켈레의 모험이 시작된다.

소설의 내용을 일부 담고 있으므로 주의 바란다.

이 소설은 아프리카를 색다른 시선으로 그렸다. 한쪽에 치우쳐 마냥 옛 방식으로만 사는 미개인으로 그리지도 않고, 그렇다고 완전히 전통을 잊은 현대인으로만 그리지도 않는다. 오히려 현명하게 현대 문명의 장점을 이용하면서도 전통을 결코 잊지 않는 사람들로 그린다. 그렇기에 그곳에는 새롭게 텔레비전과 휴대폰이 있지만, 또한 여전히 주술사가 있는 전통의 모습도 갖고있다. 어느 한쪽만을 ‘나은 것’이라고 여겨 다른것을 폄하하거나 안좋게 보지 않는 모습이 좋았다.

무켈레의 이야기는 마법이 함께하는 재미있는 모험이기도 하지만, 또한 소통과 용기의 중요성을 말해주는 것이기도 하다. 무켈레가 휴대폰에 갖히고나서 자신의 처지를 설명하고 도움을 청했던 첫번째 시도를 생각해보라. 소리를 내고 문자도 보내봤지만 모든 시도가 전혀 통해지 않았었다. 예상치 못한 것에 두려워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엘레노라는 용기를 내어 무켈레와 마주했고, 그래서 그녀를 알고 이해할 수 있었다. 이는 엘레노라가 학교에서 잘 어울리지 못하고 조금은 따돌림 당하는 처지에 있는것과 달라 더욱 비교된다. 어쨌든 그런 이해가 있었기에 둘은 우정을 쌓을 수 있었고, 그런 우정이 있었기에 먼 아프리카까지 가 주술사 아뮐루와도 싸울 수 있었던 거다.

이는 책 전체적으로 그렇다. 무켈레는 자신이 휴대폰이 되었던 이야기를 사람들에게 하려고 하지만, 사람들은 그녀의 말을 듣지 않는다. 소통이 되지 않는거다.

아프리카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 역시 마찬가지다. 그들을 불쌍한 시선으로만 보는 사람들은 그들의 이야기, 그들의 입장을 생각하지 않기 때문에 그런 것이다. 정말로 그들과 소통하고, 그래서 알고 이해할 수 있다면, 무켈레의 엄마 바와니와 엘레노라의 엄마 엘리자베스처럼 먼 거리와 상이한 문화에도 불구하고 우정을 쌓을 수 있다.

그렇게 생각하면 무켈레가 하필 ‘휴대폰’에 갇힌 것도 의미있다. 이건 근본적으로는 ‘소통을 위한 장치’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런 언제든 소통할 수 있는 장치를 갖고서도 정작 실제로는 가까이 있으면서도 제대로 소통하지 못하는 사회에서 살고있는 것은 아닐까. 오히려 저 먼 아프리카의 친구가 더 가깝게 느껴질 정도로 말이다. 시계로 쓰고있는 휴대폰을 보면서, 한번 생각해보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