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느-마르고 램스타인(Anne-Margot Ramstein)’과 ‘마티아스 아르귀(Matthias Arégui)’의 ‘진주의 여행(La Perle)’은 진주 한 알의 신기한 여정을 그린 그림책이다.

표지

책은 한 소년이 깊은 바닷속에서 아름다운 진주 한 알을 발견하면서 시작한다. 소년은 그것을 다른 어떤 목적(예를 들면, 비싼 값에 팔아치운다던가)으로도 쓰지 않고 오로지 자신이 사랑하는 소녀에게 줄 반지를 만드는데 사용한다.

소녀의 손에 끼워진 진주 반지는 소녀가 자는 동안 보석함에 고이 놓아두지만, 밤 사이 까치가 보고는 낼름 물어가버리고, 까치가 애써 만든 둥지와 모아둔 반짝이는 것들은 정박해있던 배가 움직이면서 먼 곳으로 이동하게 된다.

그렇게 진주는 사람에서 동물로, 또 다시 사람 손을 거치며 돌고 돌아 마지막이 될 자리로 돌아오게 된다.

이 그림책에는 단 한마디의 글도 들어가 있지 않다. 그저 한장씩 그려진 그림들이 이어질 뿐인데, 그것만으로도 진주가 어떤 여정을 거치는지가 쉽게 눈에 들어온다. 그만큼 그림만으로도 앞뒤와 그 사이 벌어진 일들을 확실히 알 수 있도록 잘 묘사했기 때문이다. 그림만으로 진주를 중심으로 한 한편의 이야기가 만들어지고, 처음과 끝이 연결되면서 또 다른 이야기가 완성되는 것도 좋다.

각 그림을 만화나 애니메이션의 한 컷처럼 그린 게 아니라 일러스트처럼 그려 각각이 개별적인 완성도가 있는 작품으로서 아름답다. 따로 떼어 액자에 넣거나 엽서로 만들어도 좋을 정도다. 그러면서도 그것들을 이어서 보면 하나로 연결된 이야기가 보이게끔 구성해서 끝장을 넘기고 나면 내용과 구성에 절로 감탄이 나온다.

이 리뷰는 북카페 책과 콩나무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고 작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