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자벨라 팔리아(Isabella Paglia)’가 쓰고 ‘파올로 프로이에티(Paolo Proietti)’가 그린 ‘상자 속 친구(La scatola)’는 친구와 우정, 그리고 상처와 치유를 담아낸 그림책이다.

표지

이야기는 어느 날 숲속에 웬 상자 하나가 놓여있는 걸 발견하면서 시작한다. 상자는 비어있거나 못쓰는 물건 같은게 버려져 있는 게 아니라 누군가가 들어있었는데, 그런 상황 자체가 일반적이기나 흔한 게 아니다보니 숲속 동물들은 그 안에 있는 아이를 걱정하기 시작한다. 아이가 상자에서 나오거나 숲속 동물들과 대화를 하기를 꺼리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그래서 숲속 동물들은 그가 마음을 열 수 있도록 여러가지를 시도해보게 된다.

분명하게 언급하지는 않지만 위 이야기만으로도 상자 속 아이가 얼마나 상처를 받았을지, 그래서 다른 만남이나 관계를 두려워하는지 짐작이 간다. 숲속 한 곳에 덩그러니 놓여져 있는 상자와 그 안에 들어있는 아이의 상황이 자연스럽게 유기를 연상케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더 상자 속 아이가 숲속 동물들의 접근에 날카롭게 반응하는 것이 안타깝게 느껴진다.

숲속 동물들은 꽤 현명하게 그 상황을 대처해 나간다. 강제로 그런 대치상황을 깨려고 하거나 억지스럽게 현 상황과 새로운 환경을 받아들이게 하는 대신에, 충분히 거리를 두고서 자신들이 어떤 이들이고 함께 무엇을 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며 마음을 열 때까지 꿋꿋이 기다려주기 때문이다.

숲속 동물들의 안타까운 마음과 따뜻한 위로는 딱히 말하지 않아도 행동으로 조금씩 전해진다. 짧은 이야기이기 때문에 이들이 갖고있는 갈등의 해소는 비록 좀 극적으로 해소되기는 한다만, 그것을 부드러운 그림과 잔잔한 이야기로 잘 와닿게 그려내서 은근한 위로감을 준다.

이 리뷰는 북카페 책과 콩나무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고 작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