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티샤 콜롱바니(Laetitia Colombani)’의 ‘세 갈래 길(La tresse)’는 큰 갈래길에 서있는 인도의 스미타, 시칠리아의 줄리아, 캐나다의 사라 세 여자의 이야기를 그린 소설이다.

표지

책 내용을 일부 담고 있으므로 주의 바란다.

이 세 여자는 서로 아는 사이도 아니고, 만난 적도 없다. 당연히 어떤 연결고리가 있는 것도 아니다. 이들은 그저 각자의 장소에서 각자의 삶을 살고 있을 뿐이다.

소설은 이들의 이야기를 번갈아 보여주면서 하나 된 끝을 향해가는 식으로 구성되어있다. 처음에는 각자의 이야기만으로 진행되다가 점점 셋 사이에 연관성이 드러나면서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는 걸 느끼게 한다.

결국, 결말에 이르러서는 온전히 하나로 연결되는데, 원제인 ‘tresse’가 ‘세 갈래로 땋아 늘인 머리’를 의미하는 걸 생각하면 이야기를 비유적으로 정말 잘 표현하지 않았나 싶다. ‘tresse’는 또한 서로 다른 곳에 있는 이들 세 여자를 한데 연결해주는 역할도 한다. 그 과정을 작가가 잘 풀어나가기도 했다.

다만, 결말과 교훈이랄만한 것은 다소 진부하다. 또한, 스미타의 이야기를 좀 어거지로 연결한 감도 있다. 다른 둘에 비해 그 끝이 어설프기 때문이다. 딱히 현실 문제를 극복한 것도 아니고, 더 나은 미래를 기대할 수 있는 것도 아니라는 얘기다. 당장 돈 문제는 어쩔 것인가. 오히려 그들은 중간에 내리지 않고 애초 목적지까지 갔어야 했다. 그런데 중간에 내려버렸으니, 이제 첸나이까지는 어떻게 갈 것인가. 괜히 작가 때문에 억지로 끌려 내려와 강제 삭발당한 느낌이다. 그렇게 차별을 받고 그걸 부당하다고 생각하면서도 개종 생각은 없다는 얘기를 할 때도 뭔가 이상했는데, 그것도 삭발을 위한 작위적인 설정이 아니었나 싶다. 이상하고 이해도 안된다.

그래도 전체 이야기는 대체로 흥미롭고, 문장도 잘 익히며, 시각적으로도 잘 와닿는다. 게다가 한번 읽기 시작하면 단숨에 끝까지 읽어내려갈 만큼 흡입력도 좋고 재미도 있다. 잘 하면 영화로도 나올 모양인데, 이미 머릿속으로 한번 관람을 한 터라 비교하는 재미도 있을 것 같다. 감독만의 시각을 담아 각본을 일부 수정할지도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