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리코 타마키(Mariko Tamaki)’가 쓰고 ‘로즈메리 발레로-오코넬(Rosemary Valero-O’Connell)’이 그린 ‘이별과 이별하는 법(Laura Dean Keeps Breaking Up with Me)’은 연애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를 되돌아보게 하는 만화다.

표지

연애에 있어 근본이라 할 수 있는 주제를 다루고 있다만, 자칫 잘못하면 자극적이어서 잘 와닿지 않는 만화가 될 가능성도 상당히 높았다. 일반적인 연애 이야기를 하면서도 저자는 굳이 주인공들을 성소수자로 삼은데다가, 본문에서도 성 정체성과 그로 인한 문제들을 꽤 언급하기 때문이다. 그게 자칫 이야기를 엇나가게 만들어 정작 중요한 주제를 가리게 될 수도 있었다.

단지 설정 뿐 아니라 이야기에서도 그런 점이 보인다. 소위 막장요소로 치달을 것들이 있어서다. 그래서 의외로 ‘설마 이러려는 건 아니겠지?’하며 조마조마 하는 마음도 함께 들었다. 독자에게 흥미를 유발할 수 있는 그런 요소는 작가가 의외로 쉽게 빠져버릴 수 있는 함정같은 것이기 때문이다.

다행이도 끝까지 그런 짓은 벌이지 않는다. 새로운 인물들과 다른 이야기를 하는 중에도 핵심적인 내용에서는 크게 벗어나지 않으며 이야기도 주제 전달에 적합하게 잘 완성해냈다. 돌아보면 시작부터 전개 과정, 그리고 마무리까지 참 깔끔하게 구성하지 않았나 싶다.

이야기가 주제를 잘 부각시켜주고, 주제 역시 이야기를 잘 설명해준다는 점에서 완성도가 높다. 그래서 주제 자체는 그렇게 특별할 것 없는 널리 알려진 것이지만 그것을 깊게 생각하고 좀 더 공감하게 한다.

이야기를 잘 쓴것 뿐 아니라 묘사도 훌륭하다. 등장인물들이 각 상황에서 보여주는 태도나 미세한 표정도 좋고 고개를 돌린다던가 몸을 튼다던가 명암을 달리한 것 등이 적절하게 잘 쓰였다. 전체 컬러가 아니라 흑백톤에 분홍색으로 일부만 강조했는데 그것도 좋았다.

전혀 다르지 않은 일상의 이야기들을 하기 때문에, 앞에서 ‘굳이 성소수자를 주인공으로 삼았다’고 했었는데, 그건 사실 반대로 성소수자들 또한 그렇지 않은 사람들과 전혀 다를바 없음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성소수자들의 이야기라고 해서 오히려 그들이 아니면 겪을 수 없는 경험이나 이야기만을 보여주는 것은, 말로는 아무리 그들을 위한 것이라고는 해도 사실은 오히려 그들을 더욱 특별한 존재로 만들어 일반에서 멀어지게 만드는데, 그런 것들에 비하면 이 책이 훨씬 성소수자들에게도 좋은 책이 아닌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