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르나르 베르베르(Bernard Werber)의 신작 ‘잠(Le Sixième Sommeil)’은 잠의 새로운 단계를 소재로 한 소설이다.1

표지

현재 잠에는 5개의 단계가 있는것으로 알려져 있다. 수면을 연구하는 학자인 카롤린은 여기서 한번 더 나아간 ‘6번째 잠’이 있다고 생각하며 이를 밝혀내기 위해 노력한다. 그러다가 예기치 않은 사고가 일어나고, 그녀는 돌연 자취를 감춘다. 그러던 중 그녀의 아들 자크는 신기한 체험을 하게되고, 그에 따라 어머니를 찾아나선다.

책은 이 주요 사건을 시작하기 전에 먼저 카롤린과 자크의 어린시절 이야기들을 풀어놓으면서 배경 지식과 캐릭터를 설명한다. 잘못하면 이런 사전 작업은 지루하게 느껴지기 쉬운데, 잠에 대한 학술적인 내용과 함께 풀어낸것이 흥미를 돋구며 주요인물들의 배경 이야기도 전혀 지루하지 않았다.

자각몽을 사용하고, 꿈의 단계에 마치 계단처럼 오르내리는 것처럼 묘사하기 때문에 다분히 영화 인셉션(Inception, 2010)을 떠올리게 하는데, 깊은 곳에 다다르면 상상의 세계에서 마치 판타지와 같은 일을 할 수 있는 것도 같다. 소설 안에서도 꿈에 관한 영화로 인셉션을 거론하는데, 느낌이 꽤 묘했다.

잠에 대해 얘기하는 것들은 작가의 이전작인 ‘뇌’를 떠올리게도 했는데, 가상의 이야기를 다룬 소설임에도 전문적이고 사실적이게 느끼도록 한다는 점이 그랬다. 소설 자체가 1980년대 과학 전문 기자 시절에 썼던 자각몽자에 관한 르포에 뿌리를 둔 것이라서 그런지 더 그렇다. 그래서 어디까지가 진짜 과학적인 사실이고 어디부터가 소설을 위한 허구인지 좀 헷갈리기도 한다.

허구가 섞인 부분은 미심쩍거나 이상하게 보이는 것도 있는데, 분명 잠 전문이며 학자라고 그랬는데 하는짓은 마치 최면술사 같은 점이 그 하나다. 게다가 그런 행위를 비전문가도 손쉽게 할 수 있는것처럼 얘기하는것도 이상했다.

전개가 좀 뜬금없다는 생각이 드는 부분도 있었다. 주인공 자크가 보여주는 모습이 그 대표적인 예다. 모범생같으며 생각이 깊고 배려심도 있는 모습을 보여주는가 싶더니 어느순간 그런면이 사라지고 이해할 수 없는 방황에 빠진다던가 하는 점은 마치 이름만 같은 전혀 다른 케릭터를 보는것 같았다. 그 사이에 딱히 그렇게 행동할만한 개연성이 있었던것도 아니었기 때문이다.

번역도 썩 마음에 들지 않는다. 괄호를 이용해 부연을 다는 방식을 많이 썼는데, 설명에서라면 모를까 등장인물의 대사를 그렇게 해논것은 대체 무슨 생각에선지 모르겠다. 원문이 그렇게 되어있어 충실히 따른것인지, 혹은 관계대명사 같은걸 어찌 할바를 몰라 이렇게 해논것인지 모르겠지만, 어느 쪽이든 썩 안좋은 결정이다. 한국어로는 말이 안되는 문장으로 번역2해놓거나, ‘토대하다’처럼 거의 안쓰는 표현을 쓴것3도 굳이 왜 그랬나 싶다. 사소하지만 오자4도 눈에 띄었다.

하지만, 그런것들은 일단 재껴둘만큼 재밌다. 읽는동안 눈에 뗬던 저것들은 보면서도 ‘일단 읽고 생각하자’고 제껴둔 것이었다. 이야기는 대체로 잘 읽히고 또 흥미롭다. 꿈과 시간여행이라는 다소 뻔한 주제를 가지고, 다소 식상할법한 이야기들을 하는데도 이렇게 흥미롭게 풀어내는것도 재주다.

책을 좀 이상하게 나눠서 1권이 되게 미묘한 지점에서 끊기는데, 2권에서는 어떤 이야기와 마무리를 보여줄지 궁금하다.

이 리뷰는 YES24 리뷰어클럽을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고 작성했다.
  1. 한국어 제목은 그냥 ‘잠’이라고만 했지만, 원제는 ‘6번째 잠’이라고 구체적으로 언급했다. 

  2. 308p 우리는 평화를 위해 왔어요 

  3. 283p 잠에 토대한 문화를 가진 

  4. 279p 코끼리 등에 가방에 매달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