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리에르(Molière / Jean-Baptiste Poquelin)’의 ‘읽기 쉽게 풀어쓴 현대어판 타르튀프(Le Tartuffe)’는 시대상을 재미있게 풍자해낸 희곡이다.

표지

17세기 작품인 이 희곡은, 다분히 당대의 프랑스 종교계를 풍자한 일종의 사회예술에 가까운 것이었다.

그러니까, 이 희곡에서 담고있는 욕망에 의해 뒤틀린,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러 사람들을 현혹하는, 그렇기에 더더욱 악질스러운 성직자의 모습은 몰리에르가 꽤나 현실적으로 체감하고 생각했던 당시의 성직자를 그린 것이라는 말이다.

참, 대단한 의협심이었다. 왜냐하면, 당시는 종교계가 어마어마한 힘을 가지고 있어서 자칫하면 큰 화를 당할 수도 있는 그런 시기였기 때문이다.

그래서 실제로 이 희곡은 상영이 금지되었고, 이후 여러 소송과 국왕에게의 청원을 하기도 하다가 무려 5년여가 흐른 후에야 비로소 허가를 받아 정식으로 다시 올릴 수 있었다고 하니, 새삼 대단하다 싶다.

이 희곡의 장점은 단지 당시 종교계를 진지하게 비판했다는데만 있는 게 아니다. 그저 그런 것에만 그쳤다면, 다분히 선동적이고 정치적인 물건에 그쳤을거다. 그러나, 거기에 심각하게 휘둘리는 사람은 물론, 마음만 앞서 일을 그르치는 인간이나 무엇이 옳은지 분명 알고 있으면서도 그저 흐름에 맡겨버리는 무기력한 인간을 등장시켜 비판하는 한편, 이런 이들을 싸잡아 꼬집고 올바른 얘기를 하고 관객들의 마음을 대변하면서 시원한 사이다를 느끼게 하는 소위 감정 이입할 대상까지 잘 집어넣음으로써 풍자의 깊이는 물론 이야기로써의 재미까지 제대로 느끼게 한다.

심지어 그걸 ‘알렉상드랭’이라는 특별한 시 형태로 만들어냈다고 하니, 내용과 구성, 형식 면에서 얼마나 뛰어난 작품인지 짐작해볼만하다.

아쉽게도 ‘읽기 쉽게 풀어쓴 현대어판’에선 이런 시 형태의 특징까지는 느껴볼 수 없다만, 대신 잘 읽히는 문장으로 이야기와 내용을 잘 따라갈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볼만한 가치는 있다.

이때에 꼬집었던 문제들은 놀랍게도 여전히 현재 진행중인데, 이것이 이 희곡을 지금에서도 여전히 의미있는 풍자 작품으로 감탄하게 하지 않나 싶다.

이 리뷰는 북카페 책과 콩나무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고 작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