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홉 꼬리의 전설’은 판타지와 역사를 적당히 버무리 소설이다.

표지

과거, 판타지는 세상을 설명하는 해답이었다. 비올때는 치는 줄 알았던 번개가 갑작스레 내려친다든가, 그게 높게 솟은 나무가 아닌 길거리 한복판의 사람에게 내리는 것 같은 이해하기 어려운 현상들은 물론이거니와, 원래라면 딱히 마주칠 일이 없어야 할 호랑이같은 산짐승이 마을까지 내려와 사람을 해치는 일 같은 것들에대해 비록 전혀 진실과는 거리가 먼 것이었을지언정 그래도 납득할만한 설명을 해줬다는 말이다.

개중엔 변명처럼 시작했던 이야기가 때로는 소문을 타고 퍼지며 자연스럽게 진실처럼 얘기되기도 했을거다.

그런 시대에도 그에 의문을 품는 남자가 이야기의 본질을 들여다보려는 호기심에 시작된 기행을 하다가 사건에 휘말려들어 그 중심에 서게 된다는 것은 꽤나 고전적인 탐정의 탄생을 보는 것 같아 일종의 향수를 느끼게도 한다.

아쉬운 것은 처음부터 꽤 뚜렷한 방향성과 주인공상을 내비치다보니 과연 실제 오컬트적인 현상일지 아니면 인간이 저지른 사건일지 궁금하게하는 양쪽이 섞인 분위기가 전혀 없다는 거다. 그래서 극에 비밀스러움이나 긴장감 같은 것이 잘 느껴지지 않는다. 이 점은 미스터리물로서는 단점이라 할 수 있다.

그래도 구미호, 불가살이, 처녀귀신 등 익숙한 한국 판타지의 존재들을 다르게 해석해서 풀어낸 것이라든가, 다소 혼란스러웠던 고려말을 시대 배경을 사용해 그런 세태를 뒷받침하게 만든 것 등은 꽤 나쁘지 않다. 이성계 등 실존 인물들을 거론하는 것도 의외로 그러해서 시대물로서는 나름 볼만하다.

이 리뷰는 북카페 책과 콩나무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고 작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