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냐 슈테브너(Tanya Stewner)’의 ‘동물과 말하는 아이 릴리 1: 코끼리를 구해 줘!(Liliane Susewind #1 Mit Elefanten spricht man nicht!)’는 신기한 능력을 지닌 소녀의 이야기를 그린 소설이다.

표지

‘릴리’에겐 특별한 능력이 있다. 식물을 꽃피우거나 동물과 말을 주고받을 수 있는 능력이다. 그러나 이건 소위 수퍼 히어로들처럼 멋지지만은 않은데, 스스로 제어할 수 있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비록 능력 자체는 분명하고 확실하긴 하나, 마치 숨쉬는 것처럼 자연스럽게 발휘되기 때문에 오히려 생각지도 못했던 소동을 일으켜 예기치 않은 일로 번지게 될 때도 많다.

릴리의 능력은 서양 문화에서 좀 더 부정적으로 비칠 수 있는데, 그들에겐 ‘마녀’라는 고전적인 프레임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능력에 대해 들킬 때마다 도망치듯 떠나 벌써 4번째 전학을 오게 된 것이다. 이런 배경은 특별해지고 싶은 마음도 있지만 또 한편으로는 튀지않고 평범하게 무리에 속해있고 싶어하는 아이들의 모순된 마음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이러한 심리는 때론 소극적이고 무심한 태도로 나타나기도 한다. 할말이 있지만 꾹 참는 것이나, 자신을 드러내 보이기를 꺼려하는 것 등이 그렇다. 소설에서는 따돌림을 통해 그걸 단적으로 보여주며, 모순된 두 마음 사이에서의 갈등이나 그럼에도 올바른 말과 행동을 해야한다는 ‘시민의 용기’, 그리고 따돌림에 대처하는 모습 등을 통해 주요인물들의 성장을 그려냈다.

식물을 꽃피우고 동물과 서로 말을 주고받을 수 있다는 능력도 나름 흥미롭게 잘 그렸다. 만능은 아니지만 이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기도 해서 나쁘게 생각되는 것이라도 쓰기 나름이라는 것을 보이기도 한다.

아쉬운 점은 릴리의 능력이 왜 그렇게 부정적인 것인가가 잘 와닿지 않는다는 건데, 이는 심지어 능력을 알게된 사람들이 너무도 쉽게 받아들이는 경향을 보이기에 더욱 그렇다. 주요 갈등들 역시 너무 쉽게 해소된다. 고민과 해결 사이에 전혀 저항이랄만한 것 없어 갈등이었나 싶을만큼 부드럽게 풀려버린다. 이것들이 릴리가 왜 4번씩이나 전학을 해야했는지, 또 릴리를 포함한 주요인물들이 어째서 그렇게 고민하고 속으로 억눌렀던 것인지를 좀 이해할 수 없게 만든다. 애초에 실패하는 그림(경험)이 그려지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도 이야기하고자 했던 부분은 잘 보여준 듯하며, 시리즈를 여는 1권으로서 배경과 인물 소개도 잘 했고, 그것이 앞으로의 이야기도 기대하게 만들기에 전체적으로는 나쁘지 않다.

이 리뷰는 북카페 책과 콩나무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고 작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