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 주커먼(Phil Zuckerman)’의 ‘종교 없는 삶(Living the Secular Life)’은 점차 늘어가고 있는 무종교로서 살아간다는 것에 대한 8가지 물음과 그에 대한 답을 담은 책이다.

표지

종교는 오랫동안 인간과 함께 해왔다. 인간은 종교를 가지며, 신을 믿고, 신은 인간에게 나아가야 할 길을 보여주는 것은 물론, 마음의 안식을 가져다 주기도 한다.

그런데 왜 점점 종교에서 벗아나는 사람들이 늘고 있는 걸까. 그들은 마땅히 따라야 할 이치로부터 벗어난 사람일까. 그래서 도덕적이거나 사회적이지도 않으며, 그런 것들로 인해 그 자신들도 취약하기 그지없는 정신적 박약상태에 놓여있는 걸까.

이 책은 꼬리에 꼬리를 무는 이런 물음들을 하나씩 살펴보고 따져나감으로써, 종교적인 삶에 익숙해져 막연히 그러리라고 생각해왔던 여러가지 것들이 실제로는 얼마나 다른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그리고 오히려 무종교적인 삶이 왜 얼핏 생각했던 것과는 다르게 더 나은 삶의 방식과 정신적 안정상태에 있을 수 있는지를 여러 사람들의 인터뷰와 연구, 통계 등을 통해 보여준다.

무종교에 대한 기존의 여러 편견들이 얼마나 잘못됐는지를 반론하는 것과 함께, 무종교적인 삶이 종교적인 삶보다 얼마나 더 나은 것인가도 역설하는 셈이다. 저자는 그걸 논리적으로도 정말 잘 풀어냈지만, 또한 여러 자료들도 적절히 사용해서 객관성 또한 잘 갖추지 않았나 싶다.

한국사람은 책에서 말하는 것처럼 무종교인에 대한 편견이 그리 크지는 않다. 그래서 책에서 말하는 ‘무종교인을 바라보는 시선’이 그렇게 잘 와닿지는 않는다. 어쩌면 이건 나 자신이 무종교주의에 가깝기 때문에 그럴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반대로 저자의 얘기들은 굉장히 공감도 갔고, 어느정도 유쾌하기도 했다.

나 자신은 무종교주의적이지만, 그렇다고 종교를 부정적으로만 보는 것은 아니다. 종교의 장점도 인정하기 때문이다. 강한 유대감과 소속감, 그리고 정신적인 안정 같은 것 말이다. 문제는 종교단체 내에서 여러가지 문제들이 생기면서 그 장점들은 점차 퇴색되고 부정적인 측면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는 거다. 종교는 더 이상 앞으로의 인간과 사회를 지태해줄만한 지지대 역할을 할 수 없다는 말이다.

그런 점에서 종교를 떠난 인간으로서의 삶을 생각해보는 이 책은 의미도 있고 또 시류에도 걸맞다. 종교인에게도 이 책이 앞으로 종교가 나아갈 길을 생각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본다.

책에 실린 여러 이야기 중에서 특히 흥미로웠던 것은 현대에 와서 무종교가 유례없을 정도로 늘어난 이유를 정리한 것이었는데, 보면 인간이 종교에서 벗어나는 요인도 종교에 물들어갔던 것과 비슷해 보였기 때문이다. 종교 자체의 변화나, 신에 대한 증명 여부같은 종교적인 이유가 아니라 단지 인간들끼리의 부대낌에 따라서 종교가 흥하기도 하고 망하기도 하는 걸 보면 종교도 참 인간적이라는 생각이 든다. 아니러니하게도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