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고 길고 긴 수염 아저씨’는 수염에 얽힌 따뜻한 이야기를 담은 그림책이다.

표지

얼마나 오랫동안 수염을 길렀는지 몸을 전부 다 가릴 정도로 길고 풍성한 수염을 가진 아저씨는 어느 날 여행을 떠났다가 곤경에 처한 여러 동물들을 만나면서 그들을 위해 자신의 가장 멋진 수염을 사용하기로 한다.

책에 나오는 여러 수염을 활용한 장면들은, 실제로는 조금 어렵겠다 싶은 동화스러운 것들이다. 하지만 아저씨가 가진 수염의 특징을 잘 담아서 나름 그럴듯 하다. 수염이라는 독특한 소재로 참 잘 그려낸 듯하다.

곤경에 처한 동물들에게 도움을 준다는 이야기는 잔잔한 미소를 짓게 만들기도 한다. 이 장면들에서는 다른 동화 등에서 익숙히 봤던 장면이 연상되는데, 예를들어 밧줄처럼 사용하는 장면은 ‘라푼젤’을, 얼룩말을 숨겨주는 장면은 ‘선녀와 나무꾼’을 오마주한 것으로 보인다. 비슷한 듯 다른 이 장면들은 조금은 장난스러운 수염 때문에 재미있게도 보인다.

동물들을 도와주고 결국 모든 수염을 다 써버리는 장면은 ‘행복한 왕자’나 ‘아낌없이 주는 나무’를 떠올리게 하는데, 그렇다고 자신을 희생하면서까지 그런 것은 아니기에 그것들 보다는 좀 더 가볍고 유쾌하게 다가온다.

다만 그 끝은 조금 어색하기도 했는데, 그 전까지의 장면들이 모두 수염을 소비하는 형태이진 않았기 때문이다. 조금씩이라도 수염을 소비하는 형태였다면 훨씬 자연스러웠을텐데 아쉽다.

PDF로 만들어진 전자책은 편집이 별로였는데, 가로로 긴 형태의 그림책을 세로로 담아 위아래 빈공간을 많이 남겼기 때문이다. 그게 어떻게 보아도 본문을 작게 보이게 만들어서 독서 경험을 해친다. PC 모니터도 가로로 길고, 타블렛도 가로로 돌려볼 수 있는데 왜 이렇게 했는지 모르겠다. 나중에라도 수정하면 좋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