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리아나 엔리케스(Mariana Enríquez)’의 ‘침대에서 담배를 피우는 것은 위험하다(Los peligros de fumar en la cama)’는 저자의 대표적인 공포 단편들을 담은 소설집이다.

표지

익숙한 호러 소설집을 생각했다면 좀 물음표를 띄우게 될지도 모르겠다. 일상을 벗어난 불안정함 등으로 심리적인 공포를 느끼게 하는 것이나, 혐오스럽거나 끔찍한 것을 통해 생리적인 공포를 느끼게 하는 것, 혹은 나에게도 닥칠 수 있으리란 현실 가능성으로 공포감을 느끼게 하던 기존의 익숙했던 호러 소설들과는 꽤 결이 다르기 때문이다.

심지어 저자는 딱히 긴장감을 끌어올리려고 하는 그 어떤 노력도 하지 않으려는 듯 보인다. 오히려 그런 것들을 배재한 채, 마치 평범한 일상의 연속이라도 되는 듯 담담한 문체로 이야기를 써내려갔는데, 그래서인지 이야기 자체에서는 쉽게 공포스러운 느낌이 들지는 않는 편이다. 오히려 보통의 호러물이었다면 공포감을 느꼈어야 할 대상에게 안타까움이나 안쓰러움을 느끼게도 한다.

이야기에 인간들의 이야기가 꽤 진하게 녹아있는 것도 특징이다. 때로는 과거로부터 이어져온 문화나 역사를, 또 때로는 사회의 일면을 담아낸 이야기는 소설이 단순히 이형의 존재들로 인해 벌어지는 호러물이 아님을 알게한다. 현실의 연장에서 벌어지는 각박함이나 뒤틀림, 그를 통해 느껴지는 고통 등은 몇몇 이야기를 다분히 사회 비판적인 소설로도 읽히게 한다. 아마 이런점이 무엇이 공포스러운 것인가를 생각해보게 하는 게 아닌가 싶다.

소설은 한국인에겐 다소 낯선 라틴아메리카의 일면들을 담고 있기도 한데, 얼핏 비슷해보이면서도 낯선 이야기들도 꽤 흥미롭다.

이 리뷰는 리뷰어스 클럽을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고 작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