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룰루와 대홍수’는 바빌로니아 시대 메소포타미아 ‘우르’를 배경으로 한 전설과 현대가 뒤섞인 듯한 이야기다.

표지

이야기는 대홍수에 직면한 우르의 꿈많은 소년 ‘룰루’가 어느 날 급작스런 살인사건을 목격하면서 시작된다. 살해당한 신관 ‘루이난나’는 홍수 예언을 독점해 개인적인 이득을 취하려는 대신관에 맞서 예언을 유출하기로 하지만, 결국 과거를 가리키는 수수께끼같은 예언 사본만을 남긴채 그 비밀은 미처 전하지 못하고 숨지고 만다. 그래서 룰루와 루이난나의 제자 ‘운닌니’는 마을의 모두를 위해 예언을 다시한번 확인하고 정확한 대홍수의 시기를 밝혀내기로 한다.

과거 문명에서의 큰 사건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가는 이 소설은, 소재만큼이나 흥미롭고 재미있게 잘 쓰였다. 살인사건과 피해자가 남긴 수수께끼 만 놓고 봐도 그렇지 않은가. 거기에 배경도 잘 살려서 전설이나 신화적인 느낌 역시 잘 살렸다. 기본적으로 가상의 이야기이나 실제 과거의 기록 역시 참고해 살려서 역사의 한 페이지를 구경하는 것 같은 느낌도 준다.

얼핏 보면 벽화처럼도 보이는 삽화도 매력적인데, 이게 더욱 신화적인 느낌을 살려준다. 각 장을 모두 이야기를 함축해 놓은 듯한 삽화로 시작하고 그걸 풀어내는 듯한 이야기가 이어지는 것 역시, 유적의 기록을 보고 거기에 담긴 이야기를 해독해 내는 것 같은 느낌을 들게하기도 했다. 많진 않지만 이 책을 더욱 매력적으로 만들어준다는 얘기다.

이야기가 두 소년을 주인공으로 한 일종의 모험담을 그리고 있다는 것도 좋았는데, 거기에 당시의 풍습이나 문화 등을 담아내서 더욱 그러했다. 특히 수를 표현하는 방식에 대한 이야기는 흔히 접할 수 있는게 아니라서 흥미를 끌었는데, 줄거리와도 밀접한 관계가 있어서 간단하지만 꽤 재미있는 장치라는 생각도 들었다.

작은 차이지만 그걸 발견해 내는 것이라던가, 그로부터 교훈을 얻는 것도 그렇고 그런 이야기 안에 용기와 믿음, 협력이나 정의, 상생 같은 것들을 담아낸 것도 괜찮았다. 몇몇은 조금씩 언급하고 넘어가기에 잘 눈에 띄지 않을 수도 있고, 어떤건 신화적인 요소를 이용해 간단하게 해결해 버리기도 하나 모두 한번씩 생각해보면 좋을 것들이었다.

결말도 괜찮은 편이다. 어린이 소설이라 그런지 살짝 얼버무리고 넘겨 버리는 느낌도 있고, 불필요해보이는 연출도 끼어있기는 하지만 매력적인 메소포타미아 문명 이야기에 주제도 나름 잘 담아내지 않았나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