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즈키 아사코(柚木 麻子)’의 ‘나는 매일 직장상사의 도시락을 싼다(ランチのアッコちゃん)’는 음식과 직장 이야기를 유쾌하게 버무려낸 소설이다.

표지

‘앗코짱 시리즈’의 첫번째 책인 이 소설은 모두 4개의 단편으로 이루어진 일종의 단편 소설집이다. 앗코짱의 이야기는 그 중 두개인데, 마치 만화에서 튀어나온 듯한 당당하고 강인하면서도 남을 생각해줄 줄 아는 츤데레같은 앗코짱은 묘한 매력을 느끼게 만든다.

파견 근무자인 미치코에게 ‘점심 바꿔먹기’를 제안하면서 미치코가 만든 점심 도시락과 미치코가 앗코짱이 먹던 가게에 가서 점심을 먹는 것을 보여주는 것도 재미있게 잘 그렸다. 맛있는 음식에 대한 묘사는 괜히 군침돌며 먹고싶게 만들기도 했다. 음식이 나오는 부분에는 어김없이 해당 음식을 묘사한 삽화를 삽입하기도 했는데, 그래서 더 ‘심야식당’이나 ‘고독한 미식가’ 같은 음식 만화가 떠오르기도 했다.

갑작스레 묘한 제안을 하는 것이나, 그것에 어쩔 수 없이 응했으면서도 열과 성을 다해서 지키는 것 등이 조금은 만화적인, 그래서 현실적이지 않은 모습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러면서도 그 안에 직장인으로서 겪을 수 있는 애환이라던가 하는 것도 은근 슬쩍 담아냈고, 현실에선 결코 볼 수 없을 것 같은 직장상사가 등장해 부하직원과 얘기를 나누는 모습을 보여주며 은근히 현실을 비판하고 까기도 한다. 너넨 왜 이렇게는 못하냐 이거지.

음식이야기가 나오는 것도 좀 그렇지만, 이야기 자체도 내내 유쾌하게 끌어가는 것도 꽤 좋았는데, 그게 이야기를 읽으면서 괜히 좋은 기분을 들게하기 때문이다.

현실적인 면만 따져 보자면 오랫동안 다니던 회사는 파산해 없어지고 미래에 대한 어떤 보장같은 것은 없는 등 썩 밝다고만 할 수는 없는데도 이야기를 보고나면 한번 피식 웃어버리면서 왠지 모를 희망적인 기분이 남기도 한다.

가볍게, 기분좋게 보기 좋은 소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