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콜라 부비에(Nicolas Bouvier)’의 ‘세상의 용도(L’Usage du monde)’는 친구 티에르와 함께 여러 지역을 여행하며 보고 느낀것을 적은 일종의 여행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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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콜라 부비에는 작가이자 사진가, 고문서학자이자 시인이기도 했으나, 또한 언제나 여행자 였다고 한다. 그렇기에 여러곳을 여행했고 그 기록을 책으로 남겼는데, 이 책은 그런 그의 첫 책이자 가장 뛰어난 책으로 평가받는 책이다.

이번에 ‘도서출판 소동’에서 세상의 용도 세트는 내용 자체는 기존에 나왔던 하드커버판과 동일하다. 다만, B6(4*6판) 크기에 적당량씩 분권해 휴대하며 손에 들고 읽기 좋게 만든 것이 특징이다.

내용은 기본적으로 여행기다. 발칸반도에서 시작해 그리스, 터키, 중앙아시아, 이란, 파키스탄, 아프가니스탄까지 1년 넘게 여러지역을 다니며 보고 겪으며 생각한 것들을 담았다. 그걸 저자는 서로 나눴던 대사부터 분위기까지 상당히 꼼꼼하게 그렸기 때문에, 각지의 문화와 풍습을 살펴볼 수 있는 것만으로도 꽤 가치가 있다.

저자의 여행기는 이제껏 흔히 볼 수 있었던 여행기와는 사뭇 달랐다. 마치 관광하듯 문화재 등 눈에 띄는 것을 보고 담은게 아니기 때문이다. 때론 짧게 언급하고 지나가기도 하지만, 때론 마치 그 곳에서 살다 온 것같은 경험들을 얘기하기도 해서 꽤 독특했다. 장기간 여행을 했기 때문에 나올 수 있는 결과물이 아니었을까 싶다.

여행기이면서 또한 에세이기도 한 이 책은 때론 저자가 여행하면 느낀 것이나 고민들도 진지하게 전한다. 거기에 여러 사람들의 인생 이야기도 하기 때문에, 보다보면 삶에 대해서도 생각해보게 된다. 그래서 조금 어렵기도 한데, 곱씹으며 읽어볼 만하다.

아쉬운 게 있다면 이번 분권판에는 ‘티에리 베르네(Thierry Vernet)’의 그림이 빠져있다는 거다. 단색으로 특징만을 간추려 심플하게 그려낸 그림이 나름 매력있는데, 이것들은 하드커버판에서만 볼 수 있다. 지도와 옮긴이의 글, 저자 소개와 생애, 그리고 서평 같은걸 3권에 모두 싣기보다는 그림을 살렸으면 더 좋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