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정이 쓰고 우지현이 그린 ‘마고할미네 가마솥’은 아동학대와 한국의 자연신 중 하나인 마고할미를 소재로 한 동화다.

표지

마고할미1는 한국 고대 신화의 창세신으로 하늘과 땅은 물론 해와 달, 산과 강까지 온 세상을 모두 만든 엄청난 신이다.

책 내용을 담고 있으므로 주의 바란다.

동화의 주인공인 유진이는 어렸을 때 들었던 그 마고할미의 이야기를 기억하고 있었는데, 사고로 부모님을 잃고 교진이와 둘만 남겨진 후 자선사업가로 알려진 도기 씨 부부에게 맡겨지면서 자연히 잊어버리게 된다.

하지만, 겉으론 자선사업가였던 이 도기 씨 부부는 사실 아이들에게 남겨진 유산과 아이들을 이용한 입양거래로 이득을 취하는 악당이었다. 돈을 목적으로 하는 만큼 입양 보내기 전까지 아이들을 대하는 것도 거칠고 형편없기 그지없다. 게다가 겉으로는 처신도 잘해놔서 다른 어른들도 아이들에게 도움을 주지 못한다. 그렇게 어린 나이에 절망을 알아버린 남매에게 어느 날 마고할미가 찾아오고, 비로소 위험에서 벗어나 다시 희망을 품는다.

동화는 크게 두 부분으로 나뉘어 있다. 현실의 악독함과 절망을 얘기하는 앞부분과 마고할미가 나타나면서 거기에서 벗어나는 뒷부분으로다. 이 두 부분은 분위기도 내용도 완전히 달라서, 탈출을 기점으로 갑자기 판타지 세계로 들어가는 느낌을 준다.

현실 부분을 다룰 때는 좀 놀랐는데, 이 책이 동화인데도 불구하고 사회문제를 진하게 담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후반의 해피엔딩이 조금 안 어울리고 억지스러워 보이기도 한다. 그래도 이렇게 이야기를 쓴 것은 ‘현실은 다르다’고 하며 외면하지 말고 ‘그래야 한다’는 걸 보여주고 또 그걸 추구해야 함을 말하기 위한 것이라고 한다. 권선징악은 동화에서나 나올법한 다소 뻔하고 현실적이지 않은 얘기 같지만, 그것이야말로 세상의 모습이어야 한다고 말이다. 이게 꽤 울림이 있었다.

목차를 제목 대신 아이콘으로 만든 것도 재밌었는데, 각 챕터를 잘 표현하기도 해서 꽤 좋았다.

다만, 결말부의 ‘식인’을 연상시키는 장면은 의도가 불분명하고, 마고할미의 이야기가 현실과 그닥 자연스럽게 연결되지 않는 것은 아쉽다. 분량을 좀 더 쓰더라도 이야기를 조금만 더 다듬었으면 좋지 않았을까 싶다.

  1. 여신 마고의 호칭인 ‘할미’는 오늘날의 ‘할머니’와 같은 의미가 아니라, 만물의 어머니인 ‘대모(大母)’와 같은 의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