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머스 페이지 맥비(Thomas Page Mcbee)’의 ‘맨 얼라이브(Man Alive)’은 여자로 태어나 남자가 된 이야기를 담은 에세이다.

표지

‘남자가 됐다’니 어색하다. 남자, 여자라는 게 후천적으로 “되는” 거였던가. 그건 좀 아닌 것 같다. 몸까지 온전히 남자가 된(트랜스 한) 이야기라고 하면 그나마 좀 더 정확하려나.

저자는 여자로 태어났지만, 여자라는 정체성을 가지고 있지는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랫동안 관성적으로 여자로서 살았는데, 그건 몸을 바꾸는 트랜스 수술이 그만큼 중대하고 한번 한 후에는 돌이킬 수 없는 것이라 신중할 수밖에 없어서 그런거기도 하겠지만, 무엇보다 어렸을때의 경험이 자신의 정체성을 쉽게 받아들이지 못하게 했기 때문이다.

그러다가 기묘한 강도사건을 만나면서 다시금 자신에 대해 생각하게 되고, 정체성을 확신한 후엔 그간 자신을 분열시켜왔던 과거를 정리한다.

큰 분기라 할 수 있는 두 사건을 중심에 두고 이야기를 진행하는 이 책은 에세이지만 마치 자신을 찾아가는 이야기를 그린 소설같기도 하다. 그래서 의외로 흥미롭게 읽을만도 하다. 그의 인생에 큰 변화를 가져온 두 남자가 극명하게 대비되는게 묘하게 극적이서 더 그렇다.

그렇다고 흥미위주 글을 쓴 것은 아니다. 심지어 책에서 다루는 내용 중에는 꽤나 자극적인 것들도 있는데, 그런것들까지도 저자는 절제해서 담담하게 적어냈다. 때로는 너무 무심하다 싶어 보일정도로 말이다. 그저 자신의 정체성을 찾고 온전히 남자가 되는 과정과 그 사이의 생각들을 담아내는데 집중했으며, 그것마저도 조심스럽게 써냈다. 그래서 이런 얘기를 한번도 접해본 적 없는 사람도 별 부담없이 읽을 수 있다.

그러나, 이 책은 그렇게 크게 공감할 수 있는 그런 책은 아니었다. 일단 트랜스젠더라는 것 부터 그리 대중적이지도 않은데다, 책속에 나오는 인물들의 면면도 한국의 것과는 굉장한 거리가 있기 때문이다. 소위 문화차이라는 거다. 시시때때로 ‘이해할 수 없다’고 할만한 행동이나 발언이 나오는가 하면, 그 반대로 믿기지 않을 정도의 이해와 용서(혹은 그 비슷한 것)를 보이기도 한다. 그래서 솔직히 그렇게 현실감있게 다가오지는 않는다.

그래도 좋았던 것은 특정한 상황이나 감정에 치우쳐 자극적으로 치닫지 않고 차분하게 한 인간의 얘기를 했다는 거다. 그게 이 책을 트랜스젠더라는 특별한 사람의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와 함께 살아가는 한 남자의 이야기로 보게한다.

이 리뷰는 리뷰어스 클럽을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고 작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