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맨헌트(追捕, ManHunt, 2017)는 오랜만에 보는 오우삼(吳宇森, Jhon Woo) 감독의 영화다.

한국 포스터

영웅본색(英雄本色, 1986)과 첩혈쌍웅(喋血双雄, 1989)으로 유명한 오우삼은 그 후에도 페이스오프(Face/Off, 1997), 미션 임파서블 2(Mission: Impossible 2, 2000)로 자신의 가치를 어느 정도 선보인 바 있다.

그런 그의 영화를 오랜만에 본다고 해서 상당히 기대했었는데, 영화를 보는 동안 수차례 이런 생각을 아니 할 수 없었다: “이게 정말 오우삼 영화야?”. 너무 실망스러웠기 때문이다.

먼저 연기가 별로다. 무려 한국, 중국, 일본 3국의 배우들이 다양하게 나오는데, 각자가 따로 노는 듯한 모습을 보인다. 일본의 연기와 중국의 액션도 이질적으로 튀어 보이고, 하지원의 존재도 마찬가지다. 캐스팅은 화려하지만, 실속은 없고 부조화만 일으켰다.

일본 배우가 영어나 중국어로 얘기할 때, 입과 싱크가 어긋나면서 갑자기 이상한 톤이 되는 것도 어색했다. 더빙을 할라면 잘 좀 하지 이게 뭐냐.

각본도 별로다. 다소 실소가 나오는 이야기는 대체 몇 년도 영화를 보는 건지 헷갈릴 정도다.

좋은 점이 없는 것은 아니다. 일부 연출이나 액션은 꽤 멋진 장면도 있고, 이야기도 나름 매력적인 점이 분명 있다. 그러나 액션과 연기는 자연스럽게 영화에 녹아들지 않았고, 이야기도 만화로 보면 또 모를까 영화에는 안 어울렸던 것 같다. 다르게 말하면 그만큼 감독이 이야기를 영화로 잘 보여주지 못했다는 얘기다.

이 영화는, 소설원작의 영화 ‘그대여 분노의 강을 건너라(君よ憤怒の河を渉れ, 1976)’를 리메이크한 것이라고 하는데, 아무래도 실패한 것 같다. 오우삼과 출연 배우들의 이름이 못내 아까울 뿐이다.

한가지, 영화를 보면서 도무지 오우삼 감독 영화 같지 않은, 마치 일본 영화를 보는 것 같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었는데, 이건 애초에 감독이 의도한 것이라고 한다. 1970년대 일본 작품 분위기를 살리고 싶었다나. 그렇다면, 애초에 목표로 했던 것은 꽤 잘 달성한 셈이다. 그러고 보면 그 어색한 연출과 연기도 어느 정도 설명이 된다.

하지만, 과연 누가 신작 영화에서 옛날 일본 영화의 모습을 보고 싶어 하겠는가. 나이 많고 옛 향수에 젖어있는 일본 사람이라면 모를까. 일본 배우들도 찍을 때는 재미있게 찍었을 것 같긴 하다. 어쨌든, 70년대 스타일을 자기가 직접 재현해 보는 거니까 말이다.

하지만, 관객은 아니다. 70년대 스타일의 영화를 보고 싶다면, 그냥 70년대 영화를 보면 된다. 갑자기 왜 그런 생각을 했는지 모르겠지만, 애초에 그런 생각을 한 것부터가 이 영화가 실패한 원인이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