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라타 사야카(村田 沙耶香)’의 ‘무성 교실(丸の内魔法少女ミラクリーナ)’은 정상과 상식을 다시 생각해보게 하는 소설집이다.

표지

수록된 네개의 소설은 모두 일상의 이야기를 그린 것이다. 그러면서 또한 지극히 비일상적인 이야기를 그리고 있기도 하다.

여전히 콤팩트를 가지고 다니며 때때로 마법소녀로 변신하는 서른여섯살 직장인의 이야기를 담은 ‘마루노우치 선의 마법소녀’는 수록작들 중에서 가장 대중적인 편이다. 마음 속에 일종의 판타지를 품고 있는 것, 힘겨운 현실을 망상으로 도피하는 것은 누구나 하는 일 아닌가. 그래서 여기까지만 했으면 흔한 망상 일기 정도가 될 수도 있었는데, 친구와 그의 남자친구의 관계에 휘말리며 이야기가 복잡해지고 거기서 각자가 보이는 행동과 반응들이 더해지면서 망상(판타지)에 대한 꽤 독특한 이야기가 되었다. 반짝이는 마법소녀가 하나도 반짝이지 않는 이야기다.

‘비밀의 화원’에는 그보다 좀 더 비정상적인 첫사랑과의 감금 생활을 담았다. 꽤나 철저하게 준비해놓았기에 현실이라면 꽤나 소름돋을만한 상황이지만, 합의하에 벌어지는 일이라는 점이 그런 긴장감을 날려주어 오로지 왜 주인공이 그러한 감금을 제안하게 되었는지에 초점이 맞춰지게 된다. 모든 이야기가 풀리고 나서는 두가지 감정이 동시에 드는데, 나름 유효한 해법이었다는 것이 그 하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나치게 과해 잘 이입이 되지 않는다는 게 다른 하나다.

‘무성 교실’은 성정체성이라는 것을 꽤 흥미롭게 다뤘다. 어쩌면 머지않은 미래에 정말로 있을법한 교실을 배경으로 성정체성이라는 게 무엇이고, 과연 타고나는 것인지, 심지어 정말로 필요한 것인지까지를 생각해보게 한다. 이야기도 미스터리가 있는 로맨스로 꽤 흥미롭게 잘 끌어간다. 그러나, 끝까지 등장인물들의 성을 모호하게 그리지는 않았고, 정체도 좀 전형적이어서 그 전까지 보였던 성정체성의 무용함이나 무관함이 많이 희석된다. 결말에 아쉬움이 남는다.

‘변용’은 전혀 핍진적이지도 않고 딱히 그런 면모를 갖추려는 생각도 하지 않은 일종의 ‘기묘한 이야기’인데, 아이디어와 전개가 꽤나 흥미롭다. 정말로 그런 세상이라면 어떨까 생각해보게도 하는데, 작품에서처럼은 아니지만 의외로 현실에서도 남이나 사회 흐름에 동조되어 변하는 경우가 많기에 현재의 나라는 정체성에 작은 파문을 던진다.

이 리뷰는 북카페 책과 콩나무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고 작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