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터마인드’는 초능력을 가진 범죄자와의 싸움을 그린 일종의 판타지 소설이다.

표지

‘마스터마인드’, 짧게는 ‘마스터’로도 불리는 소설 속 범죄자는 꽤나 적당히 전능하다. 적어도 인간을 상대로 하는 입장에서는 무슨 짓을 해도 손해를 볼 수가 없지 않을까 싶을 정도다. 왜냐하면, 육체를 자유롭게 넘나들 수 있기 때문이다. 그것도 단지 눈을 잠깐이라도 마주치기만 하면 된다는 극히 손쉬운 방법으로 말이다. 그의 별명인 마스터마인드는 그렇게 다른 사람의 몸을 마음대로 조종하는 그의 능력에서 기인한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런 범죄자에게 가족을 잃은 것도 모자라 지목까지 당하면서 일종의 폐쇠 감옥인 ‘앤트힐’에 오게 된 전 프로파일러 ‘박수진’을 주인공으로, 앤트힐에서 근무하는 소수의 사람들과 함께 마스터에 맞서는 이야기를 그린 이 소설은, 마스터가 누구의 몸에 들어가있는지 알 수 없다는 것과 서로 자신들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상황을 이끌어가려고 하는 과정이 이어지면서 자연스럽게 좀 두뇌게임같은 양상을 띄며 흥미를 돋군다.

다만, 아쉽게도 세부 설정이나 캐릭터 등이 그렇게 치밀하게 짜여져 있지는 않다. 보안에 그렇게까지 신경을 쓴, 그래서 조금은 지나치다 싶을만큼 해논 것처럼 말했던 앤트힐의 이모저모는 막상 실체가 드러날수록 심각할만큼 허술하다는 것만을 느끼게 하고, 최악의 범죄자를 감시하는 간수인 앤트힐의 근무자들은 대다수가 기본적인 보안의식조차 갖고있지 않으며, 심지어 문제가 발생했을 때 허술하거나 이상한 행동을 하며 마스터가 더욱 활개치게 만들기도 한다.

그렇다보니 폐쇠 공간과 특별한 능력을 지닌데다 성격마저 포악하고 잔인하기 이를데없는 범죄자를 상대하느라 점점 몰리면서 공포스런 분위기에 젖어드는 게 아니라, 매 상황이 바뀔 때마다 ‘이런 트롤자식!’이라며 일일히 분개하고 짜증만 내게 된다. 순전히 이 인간들 자신의 문제 때문에 상황이 악화되는 것이다보니 마스터가 전혀 주인공들을 압도할만한 두뇌회전과 계획을 선보이는 것처럼도 느껴지지 않는다.

이야기의 주요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앤트힐에서의 이야기가 썩 좋지 않다는 얘기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그것이 일단락 되고 난 후 사건을 마무리하는 이야기를 그래도 나쁘지 않게 써냈다는 거다. 여기서도 일부 대충 넘겨버리는 문제가 있기는 하지만, 그래도 제대로된 두뇌싸움이라 할만한 것도 나오고 캐릭터도 잘 이용하면서 나름 괜찮게 정리했다. 덕분에 중후반까지의 이야기가 꽉 막힌 고구마같았던 것과 달리 다 읽고난 후의 감상은 의외로 나쁘지 않다.

여러 불만들을 얘기했지만, 시설에서의 상황이나 인물의 행동같은 것들의 기본적인 묘사 자체는 나쁘지 않아서 이야기가 시각적으로 잘 그려진다는 것도 좋은 점이다.

조금은 더 가벼운 일종의 액션물로 기획했다면 단점보다 장점이 더 살지 않았을까 싶다.

이 리뷰는 북카페 책과 콩나무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고 작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