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츠지 히토나리(辻 仁成)’ ‘한밤중의 아이(眞夜中の子供)’는 호적이 없는 한 아이의 삶을 그린 소설이다.

표지

어떻게 호적이 없을 수 있을까. 그건 불운과 무관심, 일종의 아동학대가 겹쳐서 생긴 절망같은 것이었다고 할 수 있다.

아이는 기초적인 사회 보장 혜택같은 것을 받을 수 없었고, 그렇기에 학교에서 또래들과 같은 교육을 받으며 같은 것을 얘기하고 친해진다고 하는 사회성이라는 측면에서조차 기회를 어을 수 없었기 때문에 소위 올바른 직업과 생활을 해 나갈 수 조차 없었다.

아빠라는 사람의 폭력과 엄마라는 사람의 무관심은 아이가 배부름과 따뜻함을 누리며 집에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밤중에도 정처없이 마을을 떠돌아다니게 만들기도 한다.

이런, 이야기의 기본 배경만 보면 마치 진지한 사회고발을 담은 것처럼 보인다. 실제 사건을 소재로 했던 영화 ‘아무도 모른다(誰も知らない, 2004)’처럼 말이다. 그러나 막상 보다보면 전혀 작가의 초점이 영화처럼 그 자체에 있는 것은 아님을 알 수 있다.

영화는 비록 실제 사건을 소재로 사용했지만, 세부 묘사나 주요 캐릭터까지 꽤 여럿을 바꾸면서 이야기가 전하는 메시지가 고발과는 많이 달라졌다. 당연히 그런 영화일거라고 생각하고 봤다면 좀 미묘한 감정을 갖게 되는 것은 그런 때문이다.

이런 결은 이 소설도 좀 비슷하다. 소설엔 말종이라 할만한 인간들이 여럿 등장하고 그들의 행동과 비행동, 선택들이 하나씩 쌓임으로써 무호적의 천애고아같은 아이가 생겨나게 되는 과정은 꽤나 사회 고발적인 면모도 보인다. 특히 좀처럼 사회적, 법적 구제책이 없음을 드러내는 장면에서는 특히 그렇다.

하지만, 그렇다고 아무도 모르게 비명횡사한다든가, 잘못된 길로 빠져 이용당하고 버려지거나, 혹은 그 자신이 그렇게 행하는 사람이 된다거나 하는 등의 뻔한 연장 선상으로 이야기를 쉽게 뻗어나가지는 않았다. 그렇기는 커녕 최선을 다해 그것을 꺽고 바꾸기 위해 노력한 것에 가깝다.

그의 주변에는 그런 그를 진지하게 걱정하고 보살펴주려 한 사람들이 있었다. 그들은 때론 그에게 친구가 되어주고, 그가 느낄 수 없었던 아빠의 모습을 느끼게 하며, 심지어 그가 계속해서 살아갈 수 있게 해준다.

그에게 가장 가까웠던 사람들이 그를 그렇게까지 몰아붙이고, 반대로 별 연고가 없었던 사람들이 그를 도와주는 것을 보면 참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그렇다고 딱히 어려운 이야기를 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작가가 보여주고 얘기하고 싶어하는 방향은 좀 뻔하다. 그러나, 모두가 그렇다고 할만큼 충분히 공감하면서도 정작 그럴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그렇게 행동하는 것 역시 쉽지 않다는 이상과 현실의 괴리를 느끼게 하기 때문에 어렵게 느껴진다.

생각해볼만한 주제 의식도 괜찮지만, 자칫하면 뻔한 이야기로 써내기 쉬운 뻔한 메시지를, ‘나카스’라는 특이한 지역 배경과 역사 그리고 지역 축제, 각자 다른 생각과 역할을 가진 캐릭터들, 어떻게 될지 알 수 없는 소년의 삶 등을 통해 흥미로우며 소설적인 재미도 있는 이야기로 만든 것이 좋다.

이 리뷰는 컬처블룸을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고 작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