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트리오나 실비(Catriona Silvey)’의 ‘백만 번의 세계가 끝날 무렵(Meet Me in Another Life)’ 계속되는 삶을 사는 두 남녀의 이야기를 그린 소설이다.

표지

첫인상은 마치 로맨스 같다. 두 사람이 만나 서로를 알아보고 어떤 식으로는 끌리는 게 마치 운명처럼 그려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렇게 단순하게 생각하기에는 너무 부족한 점들이 많다. 느닷없는 전개가 일어나면서 둘의 관계가 갑자기 끝나기도 하고, 이게 아니라는 생각을 하게 하는 대사, 상황 같은 요소들이 계속 나오기에 절로 지금 보고 있는 건 단지 표면일 뿐이고 진실을 더 뒤에 감춰져있다는 느낌을 들게 하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이 소설은 좀 미스터리 같기도 하다.

회차마다 조금씩 다른 환경과 관계를 계속하면서 묘한 기시감에서 시작해 확신할 수밖에 없는 경험을 쌓고 자신들의 상태와 그들이 살아가는 세계를 확인하고 이해해 나가는 것은 좀 철학적이기도 하다. 마치 운명 같다고 하는 상황과 아마도 그를 있게 하는 소위 신이란 존재와 그에 대한 믿음, 그리고 과학적인 사고라는 것 사이에서 주고받는 얘기들은 실제 현실에서도 나름 생각해 볼 만한 거리이기도 하다.

주인공들이 여러 삶을, 매번 다르게 살아가는 이야기를 단편 연작처럼 늘어놓으면서 이야기를 진행하는 방식은 자칫하면 큰 악수가 될 수도 있다. 각 이야기 간의 연결성이나 그것들이 큰 줄기에 어떻게 영향을 끼치고 최종적으로 어떤 결말로 나아가게 하는가를 정말 잘 구성해야 하기 때문이다. 심지어 각각의 이야기 자체도 나름의 흥미로움과 재미가 있어야 한다.

그런 게 이 소설은 꽤 괜찮은 편이다. 대체 뭐지 싶은 요소들을 통해 의문을 품게 하면서도 단지 비슷하게 반복하기만 하는 게 아니라 점차 축적되어 감도 느끼게 해서다. 그래서, 그것들을 어떻게 하나로 그러모을지 기대하며 보게 한다.

그렇다고 이야기 자체가 신선하거나 대단하냐 하면, 그렇게는 말 못 하겠다. 픽션을 많이 접한 사람이라면 익숙함을 느낄만한, 꽤나 상상 가능한 (나쁘게 말하면 다소 뻔한)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결말부도 좀 호불호가 갈릴만하다. 그러나, 거기까지 이르는 동안의 소설을 읽는 재미만큼은 나쁘지 않다.

미스터리적인 요소를 통해 흥미를 돋우고 이야기를 끌어가는 만큼, 가능하면 어떤 소설인지 알려주는 소개글이나 추천평 같은 것도 보지 말고 읽기를 권한다. 그편이 더 재미있게 볼 수 있다.

영화화가 확정되었다고 하는데, 소설을 보면서도 영상화 하기 좋게 쓴 이야기라고 생각했던 만큼, 어떻게 나올지 기대된다.

이 리뷰는 북카페 책과 콩나무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고 작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