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애를 만나다’는 뜻하지 않던 환경에 닥치면서 오히려 자신을 찾아가는 이야기를 그린 성장 소설이다.

표지

주인공 민정의 삶은 완벽했다. 아니, 그래 보였다. 더할 나위 없이 풍족한 여건, 모든것을 준비해주는 엄마, 명문대 입시를 향해가는 자신. 그러나 그것은 마치 신기루였던 것처럼 한순간에 사라져 버렸다. 그리고 닥친 현실은 가난이 흘러내릴 것 같은 달동네에서의 생활이다.

하고싶다고 하면 뭐든지 할 수 있을거라고 생각하던 생활에서 하나라도 아끼고 고민하며 살아야 하는 생활로 소위 ‘추락’한다면 과연 어떤 기분일까. 어쩌면 주변이 고통스럽고, 세상이 원망스러울 지도 모른다.

민정이도 조금은 그렇다. 하지만, 죽으라는 법은 없다고, 곧 그 생활에도 조금씩 익숙해지고, 오히려 전에는 미처 깨닫지 못했던 것도 조금씩 알아간다. 새로운 생활에서 만나는 사람들, 그 환경에서만 볼 수 있는 것들, 그리고 무엇보다도 자기 자신을 되돌아보면서 민정은 예전 같았으면 결코 얻을 수 없었을 자신의 원래 모습, 진정 되고 싶었던 모습을 다시 깨닫게 된다.

작가는 그걸 조금씩 짧막하게 끊어 쓴 32개의 이야기를 이용해, 마치 흰색에 청보라색을 조금씩 섞어 그라데이션을 만들듯이 서서히 풀어냈다. 그래서 마치 낯선 것 같은 환경속의 아이들을 보면서도 조금씩 감정이입을 하게 되고 그 감정에 동화해서 볼 수 있게 한다.

작가의 개인 경험을 녹여, 성장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것도 좋았다. 불필요하게 철학적이기만 하지도, 그렇다고 철저히 현실적이기만 한 것도 아니고, 공감도 가는 얘기여서 더 그렇다.

성장엔 그에 걸맞는 고통이 따른다. 때론 그게 주저않게 만들정도로 괴로움을 주기도 하지만, 결국 그것을 받아들이고 이겨냈을 때 얻을 수 있는 것은 그에 비할바가 아니다. 그런 점에서 성장 소설은 또한 일종의 치유 소설이기도 하다. 어려움 속에서도 전진하는 민정의 모습을 보면서 마음속에서 따뜻해지는 위로도 느낀다.

그리고 또 생각도 해보게 된다. 나는 나만의 답을 찾아가고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