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모리 익스체인지’는 기억을 소재로 한 SF 소설이다.

표지

먼 미래, 태양의 수명이 다해 지구에도 종말이 가까워 온다. 사람들에게 남은 선택지는 지구에서 버티다가 죽음을 맞거나, 돈을 모아 다른 행성으로 이주하는 것 뿐이다.

소설의 주인공 중 하나인 ‘니키’도 그렇게 화성에 왔다. 하지만, 새로운 삶을 기대했던 것과는 달리 화성에서의 지구인들의 취급은 험하기 그지없다.

화성에 도착한 지구인들에게는 또 다시 두가지 선택이 주어진다. 계속 출입국에서 험한 취급을 당하며 꾸역꾸역 지구인으로서의 존재감을 지키거나, ‘메모린’에 지원해 ‘메모리얼 체인지’를 받고 화성인이 되던가다.

소설은 끊임없이 자아와 그 가치에 대해서 생각해보게 한다. 지구를 잃어버린 사람들이 화성에 와서도 여전히 자기들을 지구인이라고 하는 것에서도 그렇고, 시술을 받은 사람들의 변화된 모습이나, 그걸 보며 메모린에 지원하느냐 마느냐를 두고 벌이는 행동들에서도 그렇다. 기억 교체라는 소재와 그로부터 일어나는 일들은 말할 것도 없다.

정체성의 혼란같은 개인적인 이야기에 그들이 살아가는 사회 시스템을 얹어 사회라는 것에의해 무시되는 개개인을 다루기도 하는데, 여러번 반복되는 “존중받아야 할 인간”이라는 말로 그걸 꽤 노골적으로 드러낸다.

소설은 태양의 수명이 다하는 100억 이상 후의 미래를 배경으로 하고 있지만, 여러 면에서 현대인들의 모습을 떠올리게 한다.

화성으로 이주한 지구인들의 이야기만 봐도, 거의 난민문제를 그대로 옮겨놓은 것에 가깝다. 이주 과정에서 벌어지는 사기행각도 그렇고, 이주 후 그들이 정체성이나 적응 문제를 겪는 것도 그저 표현만 SF적으로 바꿔 적은 듯하다. 그래서 정작 자기들끼리는 배척하던 지구인들이 화성에서는 지구인으로서의 존중받고 싶어하는 것처럼 읽혀 좀 코미디 같기도 하다. 이는 또한 ‘너네는 그럴 일 없을 것 같냐’는 일침처럼도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