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놈의 기억 2’는 기억 이식과 삭제라는 SF적인 소재를 이용한 미스터리 스릴러 완결권이다.

표지

12

이 소설의 주요한 미스터리와 스릴러는 크게 두가지에서 나온다. 하나는 범인은 누구이며 그의 범죄를 어떻게 증명할 것이냐 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주인공이라 할 수 있는 뇌괴학자 한정우가 과연 결백한 선의의 피해자인가 하는 것이다.

주요 내용을 포함하고 있으므로 주의 바란다.

사실 이것은 둘 다가 있을때에야 시너지가 난다. 연쇄살인범을 쫓고 그의 범인행각을 밝혀나가기는 하지만, 막상 주요 인물들의 사건에 밀접하게 연관되어있는 것은 드러나지 않은데다 주인공에게도 모호한 부분이 있어서 ‘혹시 이새끼가…?’하는 생각이 치올라 뒤통수가 쫄깃한 맛을 준다는 얘기다. 그런데 그 중 하나를 너무 쉽게, 그것도 빨리 까버리는 바람에 흥미가 푹 깍인다.

심지어 주인공의 미심점이라는게 막상 까보니 별 대단한 것도 아니었기에 더 그렇다. 조금은 시시해져 버린달까.

심지어 이건 남은 미스터리에도 안좋은 영향을 끼친다. 이야기가 그만큼 단순해졌기 때문이다. 사건이 단순해졌기 때문에 복선도 직선적이고 반전도 예상의 범주를 벗어나진 못한다.

기억이라는 SF적인 소재의 사용도 좀 아쉬웠다. 저자는 이를 단순히 사건을 풀어나가는 일종의 탐정 도구로서만 사용했기 때문이다. 이런 앞선듯한 기술의 사용 대가로 생겨나는 부작용(예를들면, 기억의 혼선이나 정체성의 흔들림이라던가 하는 것 등)마저 미미하게 그리는 것도 이 소설이 SF적인 소설이 아니라 단지 SF적인 소재만을 가져다 쓴 소설이라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그럴거였으면 구태여 기억의 모호함을 들먹이거나, 다른 연구자들이 행한 기억 조작 연구의 성공을 거론할 필요도 없었던 거 아닌가. 난 또 이게 뒤에서 거하게 뒤통수치는 반전의 복선일줄 알았는데, 그냥 아무것도 아니더라고. 소재가 주요하다보니 나름 SF적인면도 기대를 했어서 그런지 역시 좀 아쉬움이 남았다.

그러나 후반 전개가 다소 뻔해 보이기는 해도 다르게 생각하면 그만큼 크게 억지스러운 면이 없었다는 것으로도 볼 수 있다. 그렇게 보면, 미스터리와 스릴러 (그리고 SF) 면에서는 아쉬움도 남으나, 전체적인 완성도는 그리 나쁘지 않다.

이 리뷰는 이북카페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고 작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