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롤라 라퐁(Lola Lafon)’의 ‘17일(Mercy, Mary, Patty)’은 퍼트리샤 허스트의 유명한 납치사건을 소재로 한 소설이다.

표지

실제 사건을 소재로 했을 뿐 아니라 그것을 거의 변조없이 그대로 사용했지만, 읽을 때 잊지 말아야 할 중요한 것은 이 책이 ‘르포’가 아닌 ‘소설’이라는 점이다. 어디까지나 만들어낸 가상의 이야기, 엄밀하게 말해서 사실이 아니라는 말이다.

굳이 다 알고있을 이야기를 꼽고 시작하는 이유는, 직접적인 관계가 없는 70년대 미국과 프랑스의 이야기라 잘 몰라서 그렇기도 하지만, 그만큼 사실과 가상의 구별이 잘 안되게 썼기 때문이다. 그래서 마치 알려지지 않은 뒷 얘기를 것 같아 흥미진진하다.

퍼트리샤 허스트 납치사건이 대표적으로 꼽히는 스톡홀름 신드롬 사례이기 때문에 더 그렇다. 소설은 그녀가 납치되었을 때부터 했던 발언 등을 순서대로 살펴보면서 과연 그녀의 행동이 이후 재판에서 주장했던 것처럼 세뇌에 의한 것이었는지, 그렇지 않으면 스스로의 의지에 의한 것이었는지를 생각해보게 한다.

아쉬운 것은 그게 끝까지 팽팽하게 이어지지는 않는다는 거다. 하려는 얘기가 있어서인지 생각보다 빠른 시점에 한쪽으로 쏠리게 된다. 개인적으로는 이 부분을 많이 기대했었는데, 좀 아쉬웠다.

대신 소설은 새로운 관점을 많이 풀어놓는다. 바로, 패미니즘이다.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세명의 여자를 통해 꽤 많은 분량을 할애해 이야기하는 패미니즘은 꽤 충실한 편이다. 그래서 이런 이야기를 보고 싶은 사람들에겐 꽤 만족스러울 만하다.

문제는 너무 거기에 방점이 찍혀있다보니 이야기는 그렇게 매끄럽지 않다는 거다. 당장 퍼트리샤의 행동이 썩 일관성있게 풀이가 되지 않는다. 확고한 신념과 태세전환은 도무지 어울리지 않아서 더 그렇다.

잘 읽히지 않는 것도 단점이다. 시점이 어떻게 되는지 (나중에 나온다) 알 수 없는데다, 마치 편지를 쓰듯이 2인칭 대명사인 ‘당신’을 많이써서 읽을 때마다 인물과 관계의 해독을 요한다. 다분히 정치적인 내용들이 쉽지 않아 더 그렇다. 엄연히 실제 일어났던 사건을 저자가 본인의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입맛대로 변조한 것 같아 좀 껄끄럽기도 하다.

꽤 의미있는 이야기이긴 하나, 호불호는 좀 크게 갈릴 듯하다.

이 리뷰는 이북카페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고 작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