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어 소녀’는 제주도의 혼혈 인어 소녀 규리의 모험을 그린 해양 판타지다.

표지

‘인어공주’가 워낙 유명해서 그런지 ‘인어’라고 하면 의례 서양의 이야기를 떠올린다. 하지만, 사실 인어는 수많은 나라에서 다양한 모습으로 전해져오고 있다. 그리고 그건 한국도 마찬가지여서, 각지에 여러가지 인어 이야기가 전해 내려오고 있다. 이 책은 그 중에서 거문도의 신지께 전설을 차용해 이야기를 풀어냈다.

단순히 그건 뿐 만 아니라, 거기에 인간과 인어의 혼혈을 내세워서 그를 통해 은근슬쩍 다문화가정 문제 같은걸 내비치기도 하고, 무분별한 플라스틱 사용과 해양오염 문제라던가, 그 때문에 발생하는 기형생물에 대해서도 얘기한다. 그래서 이야기를 보다보면 생각보다 다양한 생각할 거리와 만나게 된다.

이야기도 굉장히 잘 썼다. 전통적인 동화의 형식을 하고 있으면서도 각각의 소재를 잘 버무려 넣었다. 앞서 말한 소재들은 자칫하면 진부하거나 단지 그것들을 얘기하려는 목적만을 충족하기 위한 어거지 사용이 되기도 하는데, 그렇게 되지 않도록 꽤 조절을 잘 해서 이야기와 잘 어우러져있다.

곁들인 삽화도 좋다. 예쁜 그림에 화사한 파스텔톤의 색감이 인어의 세계를 더 환상적으로 보여준다. 일러스트가 있었기에 이야기가 더 매력적으로 보인다고 해도 될 정도다.

전형적인 동화의 모습을 하고 있기에 어찌보면 뻔한 줄거리라고도 할 수 있지만, 이야기와 결말도 나름 잘 지은 편이다. 주제가 주제이다보니 불행하게도, 그렇다고 마냥 행복하게도 맺지 않은 결말은 은근한 여운을 남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