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생 12권은 2부 연재분 중 35수부터 54수까지를 모아 단행본 형식으로 엮은 책이다.

표지 3D

미생 단행본은 단순히 웹툰을 잘라서 페이지 단위로 나눈 것이 아니라, 처음부터 페이지 방식으로 작업했다고 봐도 무리가 없을 정도로 잘 정리했다. 아니, 정리를 잘 했다고 하는 건 좀 어색하다. 미생이란 웹툰 자체를 처음부터 페이지 방식을 염두에 두고 만들었기에 이런 결과가 나온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단행본과 차이는 일부 독백 장면이나 효과음의 위치가 조금 다른 정도밖에 없다.

그런데도 놀랍도록 보기 편하다. 웹툰에는 분명 편리함이란 마약 같은 매력이 있는데도, 왜 여전히 책을 바라고 또 내는 것인지를 여실히 보여주는 것 같다.

다만, 독백 장면에서 글자가 그림을 덮어버리는 것은 아쉽다. 웹툰은 애초에 여백이 많기에 긴 대사를 적어도 무리가 없었는데, 단행본에서는 도저히 어떻게 할 수 없었나 보다. 딱 보기에도 대사를 그림 밖에 적기엔 컷이 너무 작기 때문이다.

웹툰 단행본

다행히 무리하게 덮었다 싶은 컷은 딱히 그림이 글보다 중요한 것은 아니기에 보는 데는 무리가 없다. 하지만, 그래도 역시 좀 아쉬웠다.

참고로, 위즈덤하우스에서는 단행본으로 보는 사람들을 위해 미생 시즌2 줄거리 3분 요약 동영상도 공개했다. 크고 굵직한 것들을 짧게 잘 정리했으므로 책을 보기 전에 이전 내용을 되짚어보는 데 좋다.

책 내용에 대해서도 얘기하므로 주의 바란다.

12권의 부제는 ‘비세(非勢)’다. 비세란 바둑 용어의 하나로 ‘형세가 매우 나쁨’을 말하는 것이다. 등장인물들과 그들이 몸담은 회사의 상태를 말해주는데 더할 나위 없는 말인 것 같다. 그런 상황에서도 어떻게든 회사를, 또 삶을 끌어나가려 노력하는 모습이 짠하다.

12권에는 여러 인물의 이야기가 나오기는 하다만, 누구도 온길의 전무 김동수만 한 활약은 못 한다. 김동수야말로 사실상 12권의 주인공인 셈이다.

그의 모습엔 어디서 봤던 어른들의 모습이 들어있는데, 거기에선 점점 나이 들어가는 내 모습도 조금씩 엿보인다. 그의 지질하면서도 거지 같은 면모는 물론 바뀌어가는 모습까지도, 하나하나가 그래서 더욱 인상적이다.

미생 36화 中

미생 시즌1에는 큰 회사에 들어간 장그래를 띄워주기 위해서 다분히 영웅 같은 에피소드들도 만들어 대곤 했었다. 그게 이야기적인 재미는 있었던 반면 현실성에서는 조금 동떨어진 느낌을 줬는데, 미생 시즌2는 그런 게 적다. 있더라도 약간의 작은 반전이고, 그건 우리 인생에서도 볼법한 것들이다. 그래서 더 가슴에 와닿는다.

바둑용어로 ‘온전히 살아있지 않은 것’을 뜻한다는 ‘미생(未生)’은 인간의 삶을 정말 잘 표현한 말 같다. 그런 인간들의 드라마를 잘 그려낸 작품이기에 미생은 재미도 있고 공감도 할 수 있는 작품이 된 게 아닐까 싶다. 시즌 2에서도 그러한 면모엔 변함이 없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