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너벨 앱스(Annabel Abbs)’의 ‘미스 일라이저의 영국 주방: 현대 요리책의 시초가 된 일라이저 액턴의 맛있는 인생(Miss Eliza’s English Kitchen: A Novel of Victorian Cookery and Friendship)’는 실존인물 일라이저 액턴을 소재로 한 소설이다.

표지

‘현대 요리책의 시초’라는 문구는 자칫 잘못 읽힐 수도 있을 것 같다. 언뜻, 그 이전에는 제대로 된 요리책이 없었다는 것처럼 들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것은 (어떻게 보면 맞지만 정확하게는) 사실과 좀 다르다.

일라이저 액턴의 요리책이 가진 의미는 현재까지 계속되고있는 요리책의 일반적인 포맷을 소개한 것이다. 그 전까지는 재료의 양이나 조리 시간 등이 제대로 정리되어있지 않아서 읽어봐도 어떻게 요리를 해야하는지 헷갈리고 대부분은 직접 해보거나 기왕의 경험을 통해서 자기식대로 해야 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걸 각 재료 얼마만큼을 준비해야하는지 나열하는 방식으로 소개하고, 각각을 몇분씩 조리하는지를 명확히 함으로써, 지금까지 이어지는 레시피 설명 방식의 틀을 마련했기에 “현대” 요리책의 시초라고 하는 것이다. 그렇게 보면, 현대인들은 대부분이 일라이저 액턴이 만들어낸 결과물의 혜택을 보고 있는 셈이다.

그런 실존인물, 심지어 꽤나 현대의 인물을 주인공으로 하고, 그녀가 자신의 요리책을 쓰게되는 이야기를 그린 소설이지만, 그렇다고 이 소설이 진지한 역사소설이거나 전기소설같은 것인 건 아니다. 정확한 조사나 일기 등의 기록을 통해 사건을 재구성한 것이라기보다는 알려진 대충의 사실에 저자가 상상을 덧붙여 창작한 것에 더 가깝기 때문이다.

실제에 기반한 것은 실존인물의 이름과 존재, 그녀의 생애와 업적, 그리고 그것이 다른사람에게 표절당했었다는 등의 짧게 요약할만한 (위키에서도 쉽게 찾을 수 있는) 몇몇 사실 정도일 것이다.

그러니, 책에서 보여주는 일라이저란 인물의 성격이나 요리책을 만드는 구체적인 과정같은 것들은 일단 허구라고 봐야한다. (출판사에서도 애초에 그렇게(픽션이라고) 소개한다.)

딱히, 그게 나쁘다거나 그런 얘기를 하려는 건 아니다. 물론 실존인물을 다루는 것이라 자칫 편견을 만들어낼까 조심스러운 점은 있지만, 대신 그렇기 때문에 실제와는 달리 잘 짜인 드라마도 만들어 넣을 수 있으며 그게 이야기를 더 볼만하게도 하기 때문이다.

현대 작가가 쓴 것인만큼, 최신의 인기 트렌드라 할 수 있는 페미니즘도 버무려져 있는데, 당시의 시대상을 보여주기도 하고, 주인공이 극복해나가는 고난같은 것처럼 취급되기도 하는데다, 일라이저 본인이 실제로 학교를 운영하는 등의 활동을 하기도 했기에 그렇게 어색하거나 하지는 않다.

이 리뷰는 컬처블룸을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고 작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