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피 블래콜(Sophie Blackall)의 ‘그때 말할걸 그랬어(Missed Connections: Love, Lost & Found)’는 ‘놓친 인연’에 대한 이야기를 모으고 그것들을 그림으로 재탄생시켜 엮은 책이다.

표지

작가가 사람들이 사연을 올리는 사이트 ‘놓친 인연(Missed Connections)’에 대해서 알게 된 것은 순전히 우연이었다. 하지만 그곳의 글들은 관심이 가고 좋았으며, 또한 일러스트레이터였던 작가에게는 좋은 소재이기도 했다. 그래서 그곳의 사연들을 그림으로 그리기로 한다.

그 그림들은 처음에 블로그에 올렸었는데 사람들의 반응이 좋았고, 그래서 비로소 작가는 ‘놓친 인연’의 사연들이 비단 자기뿐 아니라 많은 사람에게 먹히는 것임을 확신하게 된다. 그래서 이렇게 책으로도 볼 수 있게 된 것이다.

사람들의 이야기는 언제나 흥미를 끈다. 우리는 언제나 다른 사람에게 관심이 있고, 그들의 이야기 즉 ‘드라마’를 보고 싶어 한다. 이건 어떻게 보면 관음증이라고 할 수도 있고, 또 어떻게 보면 대리만족이라고 할 수도 있다. 거기에 작가는 하나 더, ‘시각미’를 더했다.

p27 p59

일러스트레이터인 작가의 그림은 굉장히 독특하다. 사연을 담고 있으면서도 그것을 그대로 보여주거나 하지 않고 완전히 재해석해서 새롭게 그렸다. 그래서 언뜻보면 ‘이게 뭐야’ 싶기도 하다. 화풍이 그간 자주 보던 것과는 달라 낯설기도 하고, 그림도 사연의 표현 중 일부를 부풀려 과장해서 그렸기 때문이다. 그림은 사연을 보고 떠올렸던 이미지와 달라 같은 감성을 일으키지는 않지만, 그림 자체는 그것대로 매력적이어서 나쁘지 않다.

다만 책 구성에서는 설명하지 않고 넘어가는 게 있어 좀 아쉬웠다. “-M4W -26”과 같은 표기1가 그런데, 이런 것은 해당 사이트2를 사용하는 사람이 아니면 알아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미국 사람이 아니라면 더욱 그렇다. 시작할 때 짧게라도 설명하고 넘어갔더라면 더 좋았을 걸 그랬다.

그림이 사연과 딱 매칭이 안 되는 것도 좀 아쉽긴 하다. 사연 자체에 몰입이 잘 안 되기 때문이다. 독특한 그림은 분명 그 자체로 매력적이긴 하지만, 사연과 함께여야 의미가 있다는 걸 생각하면 사연을 나타내는 그림으로서는 조금 부족해 보인다. 다만, 감성이란 건 다분히 지역색이 있는 것인지라, 그림이 문제가 아니라 단순히 내가 미국 사람이 아니라서 그런 걸지도 모른다 싶기도 하다.

한국 사람이 이런 사연 일러스트집을 만든다면 어떤 느낌일지 궁금하다.

  1. 앞 표기는 성별을, 뒤 표기는 나이를 의미한다. 성별을 표기한 M4W는 Man looking for a woman의 약자로, 남자가 여자를 찾고 있음을 말한다. 비슷하게 남자, 여자만 바꿔 M4M, W4M, W4W도 사용한다. 

  2. missed connections는 지역별로 페이지가 만들어지는 듯하다. 예를 들어, 뉴욕 페이지는 https://newyork.craigslist.org/search/mis이다. 찾아보면 서울도 있다. 관심 있으면 들어가 보시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