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니 재거필드(Jenny Jägerfeld)’의 ‘나쁜 날씨만 계속되는 세상은 없어!(Mitt storslagna liv / My Royal Grand Golden Life)’는 인기있고 싶은 한 소년의 성장을 그린 소설이다.

표지

소년에겐 민감한 콤플렉스가 있다. 바로 ‘사시’라는 거다. 그의 엄마는 소년이 걱정하는 것처럼 그렇게 눈에 띄지도 않으며 오히려 예쁘기만 하다고 달래기도 한다만, 소년의 입장에서는 코쪽으로 치우쳐진 눈동자가 멍청해 보이게 만들 것이라는 두려움을 차마 떨치지 못한다. 고슴도치도 제 자식은 예쁘다고 하는 법 아니던가.

소년의 이런 마음은 전 학교에서 썩 좋지 않은 친구 경험이 있었기 때문에 더 커졌다. 그래서 소년은 이사를 계기로 완전히 새로운 나, 전과는 다른 인기있는 내가 되기로 다짐한다.

새로운 학교에 들어가기 까지 남은 건 단 59일. 이 기간동안 소년은 인기있어지려면 어떻게 해야하는지를 찾고, 기회가 될때면 조금씩 시도도 해보면서 인기인이 되기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어째 도통 효과가 없다. 역효과가 나는 것 같기도 하다. 오히려 전혀 의도치 않았던 것들이 많은 사람들에게 인기를 끈다. 그 ‘런어웨이놈’처럼 말이다.

소년의 행동들은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59일동안 여러 인연들을 만들어내게 되는데, 그를 통해 소년이 자신을 돌아보고 성장해가는 모습을 꽤 잘 그렸다. 아이들만의 천진난만함이나 어린 모습들도 귀여워 괜히 응워하게 된다.

이야기도 재미있다. 트라우마와 왕따 등을 소재로 사용하면서도 정말 독특하다고 할 수 밖에 없는 인물들을 등장시켜 그것들을 결코 무겁지 않게, 오히려 더 가벼울 수 없을만큼 가볍게 풀어냈다. 소설의 주요 긴장 요소라 할 수 있는 것조차 그러해서 한편으론 과연 아직 순수하고 솔직한 아이들이구나 싶게 만들기도 한다.

아이들이 모두 관심있어하는 ‘인기’도 공감가게 잘 풀어냈다. 인기가 있고 싶은 이유가 뭐냐는 질문은 주인공들처럼 어리고 끼리끼리 모여 생활하게되는 아이들 뿐 아니라 어른들에게도 유의미한 교훈을 준다.

당장은 인기 그 자체가 좋아보이지만, 그건 단지 겉으로 드러나는 모습일 뿐, 생각해보면 정말로 추구하고자 했던 것은 다른 경우가 많다. 그런데도 겉에만 치중하다보면 정작 진짜 중요한 건 놓치고 뒤늦게 후회하게 되기도 한다. 이건 잃고서 후회해본 경험이 있는 어른들이 오히려 더 쉽게 공감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이야기의 주제는 대게 주인공들과 그들과 관계하는 어른들에게서 드러나지만, 소설의 재미는 대게 아이들로부터 나온다. 특히 소년의 동생들이 벌이는 행각은 엉뚱하면서도 실감나서 마치 실제로 눈앞에서 시끄럽게구는 아이가 있는 것 같은 느낌도 든다. 이게 이야기를 훨씬 가볍고 소란스럽게 만드는데, 말 그대로 끝까지 그러해서 책을 덮고나서는 조금 어벙벙한 느낌이 남을지도 모르겠다.

이들은 감초역할 뿐 아니라 주요국면에서 이야기를 한순간에 전환하는데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 상황도 자세히 따져보면 의문점이 있는데, 그들이 워낙 톡톡튀던 캐릭터들인지라 은근히 넘어가줄 만했다.

어른들도 각자가 보여주는 모습과 역할이 뚜렷한 편이다. 이런 개성 강한 캐릭터들이 실로 이야기를 잘 살려준 게 아닌가 싶다.

친구를 만나고 성장하며 콤플렉스를 극복해 내는 것도 좋았다. 그 기미는 사실 예전부터 그들 안에 있음이 엿보이기도 했는데, 서로가 서로에게 일종의 자극 또는 위안이 되면서 안정되는 것이 주제와도 이어지면서 참 좋은 전개가 아니었나 싶다.

시끌벅적한 소란극으로도 재미있고, 성장물로도 꽤 완성도가 높다.

직역한 듯 보이는 문장이 여럿 눈에 띄는 번역은 좀 아쉽다. 말장난도 모두 한국어에 맞게 바꿔준 것은 아니라서 무슨말인지 이해할 수 없거나 무의미해진 것들이 꽤 있다. 이것이 이 책의 재미를 좀 깍아먹는다.

이 리뷰는 북카페 책과 콩나무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고 작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