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야조노 이즈미(宮園 いづみ)’의 ‘다시 한번 그와(もいちど彼と)’는 8년만에 다시 만난 전남친과의 로맨스를 그린 만화다.

표지

먼저, 내가 나름 설정덕후라는 걸 얘기하고 들어가야 겠다. 장르마다, 또 개별 작품마다 기대 수준이나 그런게 다르기는 하지만, 기본적으로 최소한의 그럴듯함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는 말이다.

그리고 로맨스에서는 공감대를 가장 중요시한다. 그래야만 캐릭터에 이입할 수 있고, 그러고 나서야 이야기를 통해 보여주는 로맨스도 받아들이고 즐길 수 있어서다.

아쉽게도 이 만화는 그 두가지 기본을 모두 제대로 갖추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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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캐릭터를 제대로 잡지 못했다. 완벽을 추구하는 쿨한 남자상을 보여주고 싶었던 모양이나 그게 전혀 제대로 그려지지 않았다. 그래서 그때 그때 상황에 따라 다른 인간을 보는 것 같다. 뭐 이런 놈이 다 있나 싶다가, 언제 그랬냐는 듯 로맨틱한 척 대사를 뱉어내려고 하면 무드가 잡히긴 커녕 그저 황당하지 않나? 삼각관계를 만들려는 듯 갑작스레 캐릭터를 변경하려는 모습을 보이는 것도 그렇다.

여주인공은 더 심하다. 남자가 무슨짓을 하더라도 다 받아줄 준비가 되어있는 호구같은 모습은 정신상태를 의심하게까지 한다.

현실성 없는 상황과 캐릭터들은 이야기에 도저히 이입할 수 없게 한다. 아무리 로맨스는 판타지라지만, 이건 좀 너무하지 않나.

이야기를 풀어내는 방식도 안좋다. 어쩌면 당시 두 사람의 미숙했던 심리상태가 그런 일에 이르게 한 것처럼 보여줄 수도 있었을텐데 그걸 그냥 그런식으로 처리하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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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도 마뜩잖다. 말투를 제대로 정리하지 않아서 어색한 부분이 있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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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나마 제대로였던 게 있다면 (이 역시 지나치게 나가 비현실적이긴 하지만) 거지같은 남자들은 잘 보여준다는 거다. 가스라이팅까지 시도하는 스토커는 나름 섬뜩하다. 소모적으로 쓰였을 뿐, 이후에 이어지는 이야기 등으로 제대로 살리거나 한 것은 아니지만 말이다.

어쩌면 이 작가와 상성이 안맞는 건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