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를 읽는 순간’은 묵묵히 아픔과 외로움을 견디는 한 아이의 이야기를 그린 소설이다.

표지

이야기의 주인공 ‘영서’는 부모는 물론 가까운 친척도 없는 중학생 소녀다. 오죽하면 외삼촌이라고는 입때 들어본 적도 없었던 연아네로 오게 되었을까. 그래서 그런지 연아로서는 나름 편하게 대하려고 해보지만, 영서의 마음 속에는 왠지 모르게 부담이 있는 것만 같다. 그래서인지 연아네 올 때 그랬던 것처럼, 어느 날 갑작스레 인사도 없이 영서는 이모네로 간다며 연아네를 떠나고 만다.

영서 이모는 그나마 가깝게 지냈던 사람이다. 그러니 거기서라도 서로 위해주며 잘 지냈으면 좋았으련만, 그것도 오래가지 못한다. 영서는 혹시 모를 엄마를 기다리기로 한다.

이 소설은 구성이 꽤나 좋다. 제목도 그렇고, 시점도 그렇다. 주인공인 영서가 아니라 거기서 한발 떨어진 그녀가 만난 사람의 입장에서 그녀와의 만남을 그렸는데, 덕분에 마치 절망의 밑바닥을 기어다니는 듯한 이야기를 하면서도 그 강도를 크게 줄였다. 다른 사람의 시선이 닿는 정도에서만 묘사하는데다, 영서가 혼자서 꾹 참는 아이여서 겉으로 잘 드러나지도 않아서 더 그렇다. 그래서 감정이입을 하면서도 거기에 너무 깊게 빠지지는 않게 한다.

그렇다고 영서가 처한 현실이 덜해지는 것은 아니다. 한마디 한마디가 닥쳐올 때마다 그녀가 느껴야만 했을 아픔과 외로움도 쉽게 짐작이 간다. 그래서 안타깝기도 하고 슬프기도 하다.

제3자의 입장에서 영서의 이야기를 그린 것은 또한, 영서와 그렇게 가까이 있었으면서도 별 다른 힘이 되지 못하거나 때로는 오히려 아픔을 더해주기도 하는 주변 사람들의 변명이기도 하다. 급작스러운 일이어서, 자기 사는데에도 버거워서, 딱히 별다른 사이인 것은 아니어서, 실상이 어떤지 알지 못해서, 자신의 마음 챙김이 더 중요해서, 단지 그래서 였을 뿐, 특별히 악한 마음이 있었던 것은 아닌 것이라고 말이다. 이는 또한 다시 영서에게 돌아와, 그러니 그들에게 딱히 실망하거나 그들 때문에 절망할 필요가 없다고도 얘기한다. 어떻게 보면 조금은 다른 방식의 위로인 셈이다.

참고 또 참는 영서는 때론 답답하기도 하지만, 흔하게 볼 수 있는 우리네의 모습이라 더 공감을 끌어내기도 한다.

이야기의 마지막은 다소 충격적이고, 조금은 과한 몰아가기가 아닌가 싶기도 하지만, 반대로 또한 적절한 마무리이기도 했다. 복잡한 심경에 빠지게 되는 소설 속 인물들처럼 우리에게도 여러가지 생각에 빠져들게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