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하엘 엔데(Michael Ende)’의 ‘모모(MOMO)’는 시간을 훔치는 도둑과 그것을 되찾아 주는 한 소녀에 대한 신기하고 동화 같은 이야기다.

표지

책 제목인 모모는 주인공 소녀의 이름이기도 하다. 갑작스레 나타나 모두의 마음을 사로잡은 이 소녀는 어느 날 시간을 함께 나누던 친구들이 이상해지고 거기에 시간 도둑들이 관련돼 있음을 알게 된다. 그리고 어떻게 하면 그들로부터 잃어버린 시간을 되찾고 친구들을 되돌릴 수 있을지 고민한다.

쉬운 문장, 유아적인 상상력을 담은 이 책은 마치 장편 동화와 같다. 주인공이 아이라는 점이나 나서지 않는 어른들을 대신해 아이들이 행동한다는 점도 그렇고 시간을 뺏는 방법이나 표현 등도 그런 느낌이다.

그렇다고 전혀 유치하거나 하다는 건 아니다. 동화적인 표현과 묘사는 오히려 쉽게 익히고 이야기에 빠져들게 해서 몰입감을 높여줄 뿐, 시간에 대한 환상적인 묘사도 흥미롭고 시간 도둑에 대한 표현도 어떻게 이렇게 했는지 감탄이 나온다. 이게 무려 1970년에 나온 소설이라니 그저 놀랍다.

이야기가 전해주는 교훈 역시 그러하다. 교훈 자체도 좋지만, 지금에 비추어봐도 여전히 잘 들어맞는데, 작가가 뒷이야기로 풀어놓은 것에 나오는 의미심장한 대사를 보면 선견지명에 새삼 혀를 내두르게 된다.

사회 비판적인 성격을 띤 교훈적인 내용을 담으면서도 재미까지 함께 갖춘 이 책은, 나온 지 오래됐고 여러 번 출간도 했던 책이지만 지금 다시 읽어도 여전히 좋은 책이다.

다만, 이번에 새로 나온 블랙 에디션에서는 작가가 직접 그린 그림이 모두 빠지고 대신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기호 같은 그림들로 바뀌었는데, 개인적으로는 옛 그림 같은 맛이 살아있는 기존 일러스트가 더 좋아서 좀 아쉬웠다.

블랙 에디션 일러스트 원작 일러스트

새 일러스트(앞)는 현대적이지만 그뿐이다.
옛 그림 같은 맛이 살아있는 원작 일러스트(뒤)가 더 매력적이다.

소설은 시각적인 묘사도 좋아서, 몰입해서 읽을 때는 마치 한편의 장편 애니메이션을 보는 것 같은 기분도 들었다. 그래서 (판타지 동화 같은 이야기이므로) 살짝 지브리 스타일의 애니메이션을 그려보며 읽었는데, 실제로 제작된 동명의 영화(Momo, 1986)와 애니메이션(Momo Alla Conquista Del Tempo, 2001)은 어떤 느낌으로 완성되었을지도 궁금하다.

Momo, 1986 Momo Alla Conquista Del Tempo, 2001

나중에 기회가 되면 한번 감상해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