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안의 어머니’는, 2019년 제3회 디멘시아 문학상 소설 공모전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한, 치매를 소재로 한 소설이다.

표지

바야흐로 고령화시대다. 자연히 전에는 없던 늦은 노후를 걱정해야만 한다. 거기에 생활을 이어가는데 필요한 물질적인 요소 뿐 아니라 건강도 포함된다. 특히 많은 걱정을 하게 만드는 것 중 하나가 치매이다.

정신에 일종의 이상을 일으키는 치매는 아직까지 마땅한 해결법이 없다. 기껏해야 약을 통해서 그 증세의 진행을 조금이나마 늦추어 보는 것 뿐이다. 그러다보니 치매를 앓고있는 사람이 있을 경우 그 가족은 오랫동안 병의 진행에 마음을 졸일 수밖에 없다.

그나마 치매를 정확히 인지하고 그에 대한 지식이 있다면 그래도 다행이다. 그러나 대부분은 그에 대해 제대로 모르는 사람이 더 많으며, 그래서 그건 불필요한 오해나 분란들을 일으키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그러한 점들을 이 소설은 정말 잘 그려냈다. 병에 대해 부정하는 모습이라던가, 그로인해 분열되고, 슬픔을 겪기도 하는 등 병으로 인해 겪을만한 일들을 대부분 다루어 내지 않았나 싶다.

물론 모든 일들의 전말을 깨닫고 갈들을 해소하게되는 결정적인 계기가 조금은 급작스러운 면도 있고, 그 과정에서 치매에 대한 정보를 나열한 것 역시 지나치게 직구란게 아쉬움을 남기기도 한다만, 오랜 시간을 들여 여러가지 면들을 보여준 것이 그것들을 모두 고민하고 생각한 끝에 최종적으로 그것을 받아들이게 됐다는 흐름을 만들어 내기에 전체적으로는 꽤 나쁘지 않았다.

무엇보다 그 이야기들을 ‘여자 문제’라는 나름 자극적인 소재를 이용해 마치 막장드라마를 보듯이 풀어낸 게 꽤나 괜찮았다. 가족들의 행태라던가 발언들이 때론 고구마를 물 없이 삼킨듯 답답하게 만들게도 했지만, 이랬다가 저랬다가 하면서 들었다 놨다 하는 것이 마치 롤러코스터를 타는 것처럼 흥미진진해서 의외로 순식간에 읽어내려가게 만들었다. 그래서 책을 다 본 후에는 작가가 참 좋은 선택을 했구나 하는 생각을 절로 하게 만든다.

이렇게 끊임없이 진실공방을 벌이며 끝까지 맘을 놓지 못하게 만드는 것은 이 소설의 가장 큰 장점이다. 그러나 애초에 ‘디멘시아 문학’이며 ‘치매 소설’이라고 대놓고 얘기하는데다, 제목도 다분히 그를 연상시키는 것이다보니 그게 좀 빛을 바래는 것도 사실이다. 그래서 그런 언급은 소설이 끝난 뒷편이나 후기를 통해 얘기했으면 어땠을까 싶기도 했다. 알고도 흥미로웠는데 모르고 봤다면 얼마나 더 재미있었을지 새삼 궁금하기도 하다.

흥미롭게 읽어나갈 수 있게 쓴 것 뿐 아니라, 묵직한 울림을 남기는 마무리도 꽤 좋았다. 물론 어떻게 보면 좀 작위적으로 신파를 깐 것이라고도 할 수 있으나 그 정도가 과하지도 않았고 그렇게 이어지는 흐름이 자연스럽기도 했으며 무엇보다 크게 공감이 가는 내용이었기 때문에 나도 모르게 울컥하게 만들기도 했다.

당초 소설을 쓴 목적도 상당히 잘 담았다. 우리가 너무도 모르고, 신경도 제대로 쓰지 않는, 그래서 오히려 더 서로에게 고통이 될 수 있는 치매에 대해서 좀 더 알고 이해하고자하는 관심을 갖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