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해의 방’은 치매를 앓는 탈북자 노인의 이야기를 그린 소설이다.

표지

중국을 거쳐 남한으로 탈북한 여성, 무해는 채 환갑이 되지 않은 비교적 젊은 나이에 치매 판정을 받는다. 초로기 치매다.

사실 이 나이대의 치매는 그렇게까지 특별한 것은 아니다. 요새는 심지어 훨씬 젊은 나이에도 치매가 발현되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렇다고 그게 치매 당사자나 그 가족들의 짐을 덜어주는 것도 아니다. 회복 가능성이 없는 병을 앓는다는 건, 언제나 피할 수 없는 고통과 우울을 동반한다.

무해에게는 치매로 인해 한가지 더 고민할 것이 있었는데, 그녀가 자신이 탈북자라는 사실을 숨긴채 살아왔기 때문이다. 그동안 혼자서만 간직하고 있었던 자신의 출신과 북한에서의 과거는 이제 치매가 진행됨에따라 어디에도 남지 않게 사라질 거였다. 그래서였을까, 그녀는 자신의 딸 모래에게 자신의 과거를 남기기로 한다.

소설은 크게 두가지 이야기를 담고있다.

하나는 치매를 앓는 노인과 그 가족의 이야기다. 차츰 원래의 자기를 잃고 이상 행동을 하는가 하면 언제 그랬냐는 듯 맑은 정신으로 돌아오는 무해는 치매를 앓는 사람의 모습을 잘 보여준다.

다른 하나는 탈북자로서의 삶이다. 어려서 북한에 살면서 어떤 일들이 있었는지, 탈북은 어떤 경위로 하였으며, 중국을 거쳐 한국으로 와서도 어떤 어려움을 겪었는지를 담았다. 거기엔 안타까운 내용이 많아서 씁쓸한 표정을 절로 짓게된다.

기껏 한국에 오고 나서도 썩 편안한 삶을 살 수 있었던 것은 아니라 더 그렇다. 어쩌면 그랬기 때문에 무해가 먹을것을 중요하게 여겼던 걸지도 모른다. 그랬기에 죽음을 준비하기 전까지 딸에게 자신의 출신과 과거를 숨겼던 걸지도 모른다.

거기엔 그녀가 탈출을 위해 잃어야 했던 것들도 있고, 그래서 이 후 다시는 찾을 수 없어 평생 후회했을 것들도 있다. 아이로 돌아가 울음을 터트리는 무해의 모습은 어쩌면 그런 잃어버린 것들에 대한 슬픔 때문일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