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아메리카 생존기’는 느닷없이 낯선 미국에 떨어진 청소년의 적응기를 그린 소설이다.

표지

대게 다른 나라에 가는 건 많은 준비 후에 이루어진다. 가려는 곳에 대한 조사부터 어떤 말을 써야 할지 등등. 심지어 잠깐동안만 있다오는 여행이 아니라 앞으로 계속해서 그곳에서 살아가려고 이민을 하는 것이라면 더 그렇다.

그러나, 우리의 주인공 ‘이태조’는 전혀 그런 준비 없이 미국땅에 떨어진다. 짧게 3개월 정도 영어 학원에 다니기는 했지만, 고작 그걸로 미국에서 영어로 살아간다는 건 불가능한 일이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그들이 간 곳이 그래도 미국에서 가장 괜찮다고 하는 오렌지라는 것이고, 그들이 새롭게 들어간 오렌지 유치원이 다소 느슨한 교육철학으로 돌아가는 곳이었던데다, 그곳엔 한국인 유학생도 꽤 있어 생각보다 원하는 방식으로 살아가며 적응할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는 거다.

그래서 얼핏 이 소설은 한 소년의 나름 그럴듯한 미국 정착기를 그린 일종의 성공기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명확한 목표를 갖고 미국에 갔던 것도 아니고, 심지어 그 곳에서의 사람의 목표랄까 보람이랄까 행복 같은 것도 뚜렷하게 찾지 못한채 한국에서도 미국에서도 어중간하게 동떨어짐을 느끼는 태조의 이야기는 이 소설이 그런 단순한 이야기가 아니라는 걸 알게한다.

소설의 장점은 미국 이민이라는, 일부 사람들을 제외하고는 경험이 없을 이야기를 하면서도 청소년기를 거친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할만한 심정이라던가 방황같은 것을 잘 담았다는 거다. 쉽게 이건 성공, 저건 실패라는 식으로 나누어 분류하기 힘든 복잡한 이야기는 더욱 실제 경험담을 담아낸 것처럼 사실감이 있다. 실제와는 달라졌다고 하지만, 이민 생활을 했던 사람의 인터뷰를 토대로 했기에 그게 장점으로 작용한 게 아닌가 싶다.

대신, 완전한 자전소설도 아니고 그렇다고 완전한 창작소설이 아닌 점이 이야기의 마무리를 조금 애매하게 짓게 만든 것 같기도 하다. 완전한 기승전결을 보이는 것도 아닌데다 중간에 생략된 부분도 꽤나 많아서 뭔가 중간에 적당히 잘라내버린 듯한 느낌도 든다.

그런 점이 못내 아쉬운 점으로 남기는 하나, 어떻게 보면 특별할 것 없는 소년의 일상을 유쾌한 문체로 재미있고 흥미롭게 풀어낸 것이나 뚜렷한 메시지 같은 건 없으나 꽤나 공감하며 볼 수 있는 이야기를 보여준 것은 나쁘지 않다.

이 리뷰는 리뷰어스 클럽을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고 작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