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아름다운 고양이 델마 (일러스트 에디션)’은 지난 3월 출간되었던 텍스트 에디션에 아름다운 삽화를 더한 버전이다.

표지

출간한지 얼마 되지도 않은 책을 이렇게 다시 낸 것은, 그만큼 작가가 동화와 같은 그림이 책에 함께하길 열망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소설이면서도 동화처럼 다수의 삽화를 넣은 지금의 일러스트 에디션이 나오게 되었는데, 둘이 의외로 잘 어울린다.

불안한 삶의 편린을 그린 이 소설은 솔직히 생각과는 꽤 달랐다. 제목도 그렇고 고양이도 보통 힐링의 느낌이 있는데, 그와는 달리 굉장히 어둡고 우울하기 때문이다.

물론 그 안에서 고양이의 존재는 약간의 위로같은 의미를 보이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그게 그렇게 크진 않고 오히려 현실의 부정적인 면과 대비되면서 더욱 암울함을 돋보이게 만들기도 한다. 그래서 고양이와의 교감을 그린 아름다운 동화같은 소설을 기대했다면 조금은 놀라게 될지도 모르겠다.

이야기의 주인공으로 소심하고 자기 마음을 잘 표현하지도 못하는, 그래서 때론 오해를 사기도 하는 남자를 선택한 것은 굉장히 적절했는데, 그 자체로 이런 이야기와 잘 어울리기도 할 뿐더러 그가 왜 그런 삶속에 빠지게 되었는가에도 설득력을 더해주기 때문이다.

비유적인 표현이나 과거와 현재, 현실과 정신세계를 오가는 듯한 몽환적인 이야기 전개도 그의 불안정한 정신을 잘 나타내는 것 같았다.

흘러가는 이야기 조각들의 경계가 그렇게 선명하지만은 않아서 더 그런데, 그러면서도 각각이 흩어지지 않고 이어질 수 있도록 잘 풀어냈기 때문에 그런 점들이 이야기를 혼란스럽게 하거나 하지는 않는다.